"게임 개발사의 의무가 재미있는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라면, 상장사에게 중요한 것은 '계획에 맞춰' 시장을 공략했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본다. 시프트업은 10년 동안 세 번에 걸쳐 재미있는 게임을 계획해 선보이며 성공 DNA를 갖춘 게임사다. 이러한 DNA를 깊이 뿌리내려 상장 후에도 계속 성공을 거두는 게임사가 되고자 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25일 열린 시프트업 IPO(기업공개) 기자회견 현장에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회사의 강점에 대해 소개하며 한 말이다.
시프트업은 JP모간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공동대표주관사로 하여 공모주 수요 예측을 하고 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시총)은 최저가 기준 2조7923억원, 최고가 기준 3조5657억원이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인 크래프톤과 넷마블, 엔씨소프트(NC)에 이어 국내 게임사 4위에 해당하는 시총으로 2021년 크래프톤 상장 이래 '게임 섹터 최대어'로 손꼽힌다.
회사의 대표작은 2016년 출시된 모바일 서브컬처 RPG '데스티니 차일드'와 2022년 출시된 모바일 서브컬처 건 슈팅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 올해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작 액션 RPG '스텔라 블레이드'가 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발표를 맡은 안재우 시프트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프트업이 가진 최대의 강점은 플랫폼, 장르, 지역 등 여러 면에서 다양한 이용자들을 공략해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이날 공개한 바에 따르면 '니케'는 모바일 시장 기준으로는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나 PC, 콘솔 게임 시장 기준으로는 서구권에서도 호응을 끌어냈다. 안재우 CFO는 "니케' PC 버전을 지속 개발, 운영해온 결과 최근 기준 전체 이용자의 3분의 1이 PC 버전을 즐기고 있으며 매출 저변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은 흔히 온라인 게임에 비해 수명 주기가 짧다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시프트업 측은 일본의 서브컬처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가 9년, 중국의 '원신'이 4년에 걸쳐 매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니케 역시 장기간 성장을 지속하는 IP로 꾸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프트업이 공시한 2023년 실적은 매출 1686억원에 영업이익 1110억원이었다. 2022년 11월 출시된 '니케'에 힘입어 대비 매출 215%, 영업이익 508%가 증가한 호실적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형 게임사들의 2023년 실적(크래프톤 매출 1조9105억원·영업이익 7680억원, 넷마블 매출 2조5020억원·영업손실 684억원, 엔씨소프트 매출 1조7798억원·영업이익 1373억원)에 비해 매출이 크게 낮다는 것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크래프톤을 비롯한 타 게임사와의 차별화된 점을 묻는 질문에 민경림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다른 회사와의 직접적 비교보단 우리의 성장성을 강조하고 싶다"며 "2023년의 성과는 사실상 니케만으로 이뤄낸 것이며 올해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과가 더해진다면 추가적인 성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안재우 CFO는 "올 상반기 지표를 기준으로 보면 니케 IP만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소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의 개발 비용 중 80%가 인건비"라며 종합 게임사인 경쟁사들과 달리 시프트업이 '개발 전문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플레이스테이션 운영사 소니가 독점 배급하고 있으며, '니케' 역시 글로벌 배급을 텐센트가 맡고 있다. 특히 텐센트는 계열사 에이스빌 유한책임회사(ACEVILLE PTE. LTD.) 명의로 시프트업 지분 약 40%를 보유 중인 2대 주주다.
시프트업 상장 후 텐센트의 지분 향방에 관한 질의에 민경림 CSO는 "텐센트 보유 지분의 향방은 텐센트의 소관인 만큼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텐센트와 시프트업이 서로에게 필요한 역량을 주고 받는 상호 보완적 파트너라는 것으로,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자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상장 후 목표로 김형태 대표는 '정체성 유지'를 강조했다. 그는 "상장으로 확보한 투자금으로 몸집을 불리기보단 게임 개발 전문사라는 우리의 강점을 확실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며 "성공 가능성 있는 IP를 신중하게 파이프라인에 올리고 성공시키는 회사, 게이머들은 물론 업계인들에게까지 신뢰성을 줘 개발자들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로 시프트업을 가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