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치권이 내놓은 반도체 지원책을 살펴보면 기존보다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반도체 위원회 설치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인프라 지원 △투자세액 공제 강화 등에서 양당이 일치했고,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시설투자 직접 보조금을 발의한 반면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신재생에너지 설치지원 의무화 등을 발의해 차이를 보였다.
정치권과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직접적인 보조금이 없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공제율 상향은 의미가 있다”면서 “전기와 용수 등 인프라 부문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기존보다 강화된 지원책을 환영한다”면서도 직접 보조금이 없음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이번 지원책에도 직접적인 보조금이 없는 점은 미국이나 일본의 지원책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제정하고 5년간 390억 달러의 직접 보조금과 750억 달러 규모의 대출, 25% 세액공제 등을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대규모로 건설 중이다. 일본도 최근 3년간 약 4조 엔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해 TSMC의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직접적인 보조금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들의 투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에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건설한다는 뉴스는 자주 접할 수 있지만, 국내에 해외 반도체 기업이 생산시설을 건설한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굵직한 반도체 기업을 2곳이나 보유하고 있음에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반도체 기술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은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올해만 65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반도체 시설 투자에 활용함으로써 반도체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직접적인 지원 방안과 반도체 규제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