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e스포츠 종목 국제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개편한다. 게임사와 개최국을 토대로 유력 종목을 사전 선별, 국가 대표 선수 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 e스포츠 명예의전당에선 4일 'e스포츠 국가대표 선수 선발 자격 개편'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KeSPA의 김철학 사무처장, 이승연 전략사업국장, 신혁수 전략사업국 팀장 등이 함께했다.
간담회에 앞서 개편안 발표를 맡은 이승연 국장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는 4종목에 출전해 2개의 금메달을 포함 전 종목 메달을 따는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7개 종목 중 3개 종목에 국가대표를 파견하지 못하거나 '스트리트 파이터' 종목의 김관우 선수 경기를 한국에서 정식 중계하지 못하는 등 여러 보완해야할 점들도 있었다"고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서 열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이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왔다"며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두 번째 열리는 대회인 만큼 기회의 창은 넓어질 것이며 참가국 실력 또한 보다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도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KeSPA는 자격 개편의 주요 과제로 △참가 종목 다변화 △분석 데이터 강화 △선수층 다각화 등 3가지를 지목했다. 이를 위해 각각 △육성 종목 사전 지정 △선발 검토 지표 확보를 위한 공식 대회 개최 △선수 선발 자격 명확화 등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육성 종목은 크게 기존에도 인기를 얻어온 '지속 육성 종목'과 새로이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은 '신규 육성 종목'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지속 육성 종목의 예시로는 'LOL', 신규로는 'EA 스포츠 FC 모바일'이 예시로 언급됐으며 앞서 언급한 '스트리트 파이터'나 지난 아시안 게임에서 국가 대표가 선발되지 않았던 '도타2' 등도 유력 종목으로 거론됐다.
김철학 사무처장은 "LOL과 FC 모바일 등을 대상 종목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며 다만 개별 종목사들의 e스포츠화 의지, 향후 성장성 등을 고려해 예상하는 것"이라며 "일종의 '선제 대응'이라고 봐주셔도 무방할 듯 하며 차기 개최지인 일본의 유력 종목인 격투게임 장르 등도 유심히 살펴보며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선발 검토 지표를 위한 대회로는 2021년까지 매년 개최됐으나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개최가 무산된 'KeSPA 컵'이 거론됐다. 올 연말부터 KeSPA 컵을 부활, 보다 다양한 종목 대회를 여는 한편 내년부터 대학리그나 대통령배 리그 등 보다 다양한 대회의 데이터를 모아 검토 대상 지표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연 국장은 "주최사가 주관한 대회만으로는 협회 공인 선수로 등록하거나 나아가 대한 체육회의 강화 훈련 대상 종목으로 편입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협회 차원의 대회로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면 e스포츠가 강화 훈련 대상 종목으로 채택되고 지원 규모 또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수 선발 자격은 최근 1년 간의 대회 성적을 중점에 두는 형태로 개편한다. 선발전 개최 종목은 선발전 공고 시점을 기준으로, 미개최 종목은 'e스포츠 경기력 향상 위원회' 개최일을 기준으로 한다.
특히 아시안 게임 외에도 국가대표 단위로 열리는 e스포츠 대회에 선수들을 출전시키기 위해 △올림픽 아젠다 대회 등 최정상 권위 대회에 출전하는 '팀 A' △국제 연맹, 대륙별 연맹 등이 주최하는 대회를 노리는 '팀 B' △친선교류전 등 아마추어 대회에 참여하는 '팀 C' 등 선수 풀을 3종으로 세분화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대한 체육회와의 공조 확대, e스포츠 선수층 확대는 물론 e스포츠 중계 관련 문제 대응 등 보조적 역할도 강화한다. 앞서 언급했듯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스트리트 파이터 종목은 한국어 정식 중계가 이뤄지지 못했다.
KeSPA 측은 이에 관한 질의에 "중계권에 관해 직접적으로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지만, 타 국가 e스포츠 연맹과의 연계 등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국내에선 아시안 게임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온 만큼, 다음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 중계에 관해 더 많은 관심이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선수들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위한 과학화 훈련 또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연 국장은 "지난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지원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과학원 측과 지원 강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으며 내년 초에도 추가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