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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키어 스타머 새 정부, 對EU 관계 회복 위한 무역·안보협정 체결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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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키어 스타머 새 정부, 對EU 관계 회복 위한 무역·안보협정 체결 목표

키어 스타머 경(사진)이 이끄는 노동당이 4일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키어 스타머 경(사진)이 이끄는 노동당이 4일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사진=로이터
영국에서 14년 만에 노동당 정권이 탄생한다. 브렉시트로 손상된 유럽연합(EU)과의 관계 복원을 외교정책의 기조로 내걸었다. 재가입은 부정하면서 무역과 안보에서 새로운 협정을 맺겠다는 것이다. 2020년 브렉시트 '실패'는 보수당의 역사적 대패의 한 요인이 됐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무역, 연구개발, 안보에서 EU와 더 나은 협정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3일 전 기자들과 만나 정권 공약에 관계의 '리셋'을 내세웠다고 밝혔다.
영국은 2020년 말 EU에서 완전히 탈퇴했다. 관세 제로는 유지했지만, 식품 등 수출입에 복잡한 통관 절차가 생겼다. 서류 작성 등 번거로움이 많아 폐업한 중소기업도 많다.

EU는 수출의 40%, 수입의 50%를 차지하는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영국 예산책임국은 브렉시트로 영국의 수출입이 장기적으로 각각 15%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새 정부는 검사 폐지 등으로 무역 원활화를 목표로 한다. 안보협정을 포함해 어떤 협정을 맺을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브렉시트는 수입 비용 증가와 동유럽 출신 노동자 감소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겼고, EU 회원국을 오갈 때 엄격한 국경 관리로 인해 공항과 역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근소한 차이로 브렉시트파가 승리한 2016년 국민투표 이후 8년 만에 국민 과반수가 브렉시트를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브렉시트(Brexit)와 후회를 뜻하는 단어 '리그레트(regret)'를 합친 '브레그레트(Bregret)'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영국 유럽의 1월 여론조사에서 재가입 찬성이 51%에 달해 반대 36%를 웃돌았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보수당은 EU의 규제에서 벗어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EU 분담금을 공공의료 확충에 쓸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실현되지 않으면서 보수당에 '배신당했다'는 국민적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스타머를 비롯한 대부분의 노동당 의원들은 국민투표에서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관계 회복을 목표로 하되, 국론을 다시 양분할 수 있는 재가입은 분명하게 부정한다.

외무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라미는 지난 5월 보수당 정권과 EU의 관계에 대해 "우려를 논의하는 정기적인 만남조차 갖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EU 측이 협정 협상에 응할지는 미지수지만, 보수당에 비해 전통적으로 관계가 밀접한 노동당이 EU 측의 저항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 정권은 브렉시트를 계기로 세계에서 기회를 찾는 '글로벌 영국' 구상을 추진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시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했다. 일본과는 이탈리아를 포함한 3개국에서 차기 전투기 공동 개발에 나선다.

캐머런 전 총리는 지난 2월 "(일-영 동맹을 맺은) 1902년 이후 가장 긴밀한 관계"라고 말했다.

노동당 정권이 EU와의 관계 회복에 힘을 쏟으면서 일본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국의 관심이 이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보수당 정권 공약에 '일본'은 세 번이나 등장하지만 노동당 공약에는 언급이 없었다.

일본 정부는 의회 해산 전 노동당 '그림자 내각'의 외무장관인 라미와 재무장관인 레이철 리브스의 7월 방일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총선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노동당 정권과의 관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새 정부는 중국에 대해 '일관된 접근법'을 주장한다. 대중국 정책을 정하기 전에 영국 선거관리위원회와 의원들에 대한 부정 접속 등 중국의 높아지는 위협을 감안한 '감사'를 한다. 캐머런 총리 시절의 온건한 태도에서 강경한 태도로 크게 선회한 보수당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는다.

최근 보수당 정권은 미국·독일·프랑스 등에 비해 중국과의 고위급 외교가 지지부진했다. 라미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이 점을 문제 삼고 관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협력, 경쟁, 도전'을 구분해 안보 우려를 해결하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무역에서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 5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워싱턴에서 트럼프 캠프의 선거 간부들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화당과 영국 노동당 정권의 조합은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의 좋은 관계로 알려져 있지만, 트럼프가 상대가 될지는 미지수다. 외교 경험이 없는 스타머가 어떻게 맞설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노동당 베테랑 의원은 말했다.

노동당은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의원과 지지자를 보유하고 있다. 정권 공약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스라엘과 독립된 팔레스타인 국가가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목표로 "새로운 평화 프로세스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가 승인을 약속한다"고 적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