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대거 확산됐던 재택근무 문화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으로 퇴조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직장문화의 새로운 규범, 즉 뉴노멀로 정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는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지난달 펴낸 ‘미국민의 시간활용 실태’ 보고서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재택근무 美 직장인 2022년 34%, 2023년 35%…안정화 추세
1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기 포춘에 따르면 미 노동통계국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 전체 근로자의 35%가 업무의 일부 또는 모든 업무를 재택근무 방식으로 지난해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포춘은 “재택근무하는 미국 직장인의 비중이 지난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정부 공식집계에서 나타났다는 것은 미국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출근제 복귀 움직임이 크게 있었음에도 재택근무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미국 직장인의 지난해 재택근무 비율은 지난 2022년의 34%에서 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닥치기 전인 지난 2019년 기준 재택근무 근로자의 비중은 24%였는데 지난해 재택근무 직장인이 전년보다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재택근무 방식이 미국 기업들에서 안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제와 출근제를 회사 사정에 따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포춘은 보도했다.
노동통계국은 매년 미국인의 시간활용 실태를 조사해왔으나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조사를 중단했다 이번에 조사를 재개했다.
◇재택근무 전문가 “재택근무, 지난해 초부터 뉴노멀로 정착”
노동통계국의 이번 보고서에 대해 세계적인 재택근무 전문가로 재택근무와 기업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최근 수십년 간 분석해온 니컬러스 블룸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조사한 내용과 우리 연구팀이 자체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공통적인 흐름이 포착된다”면서 “종합하면 지난해 초부터 재택근무가 새로운 직장문화 규범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블룸 교수는 “재택근무자의 비중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널리 확산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202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봉쇄령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대거 내려지면서 한때 전체 근로자의 60%까지 치솟았다 2021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면서 “결국 재택근무자의 절대적인 규모는 감소했으나 그 비중은 안정적인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택근무, 고학력자에 절대 유리
한편, 이번 조사 결과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 가운데 고학력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지난해 부분적이든 전적이든 재택근무 방식으로 일했다는 미국 직장인의 과반이 25세 이상이고 학사 이상의 학력을 지닌 반면에 고졸 직장인은 2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미 인구조사국이 앞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인구조사국의 조사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는 미국 직장인의 40.6%가 학사 이상의 학력자인 것으로 나타났고 2년제 대학이나 전문대 졸업자의 경우 17.1%가 재택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고졸 이하 학력자의 비중은 12.6%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