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나일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폰 정보 사이트 'Appliv TOPICS'가 올해 2월 설문조사한 결과, OTT를 유료 구독하는 사람이 절반을 초과(50.8%)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조사 당시보다 3.1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 상당수가 '외산' 플랫폼 서비스다. 온라인에서 소비하는 콘텐츠지만 그 이용료는 이용자 수 증가와 비례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일본의 디지털 적자 폭은 상상 이상으로 불어났다.
디지털 적자에는 디지털 광고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영화·드라마·음악 등 지식재산권(IP) 로열티가 포함된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디지털 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5조5000억 엔(약 348억 달러, 원화로는 약 48조1500억원)에 달한다. 디지털 적자가 전체 서비스 무역수지 적자 2조9000억 엔(약 184억6000만 달러, 원화로는 약 25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은 결국 데이터 소비를 늘리게 되는데 이것 또한 디지털 적자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디지털화하거나 스타트업들이 디지털 기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아도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에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 데이터에 따르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해외 거대 IT기업이 일본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적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엔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의 수석 외환전략가인 스즈키 히로후미는 디지털 적자의 증가에 대해 "일본 경제의 주요 구조적 변화를 나타내는 현상"이라면서 "이는 엔화에 대한 더 많은 하락 압력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미즈호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스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3월 말까지 디지털 적자가 2023년 수준에서 2배로 늘어나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5~6엔 정도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초에 엔화는 달러당 110엔 미만으로 거래됐으나 6월에는 달러당 160엔을 돌파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