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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전력망, '구리 대신 알루미늄'…원자재 시장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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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전력망, '구리 대신 알루미늄'…원자재 시장 지각변동 예고?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 알루미늄 구매 확대 논란

세계 최대 구리 구매자인 중국 국가전망공사가 구리 대신 알루미늄 구매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구리 구매자인 중국 국가전망공사가 구리 대신 알루미늄 구매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
중국 국영 전력망 사업자인 국가전망공사가 최근 구리 대신 알루미늄 구매를 늘리면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구리 구매자인 국가전망공사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급등한 구리 가격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응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한 가격 변동 대응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정책 변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구리 대체' 현실화되면 파급력은?


만약 중국 전력망에서 구리를 알루미늄으로 대규모로 대체한다면,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의 4분의 1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글로벌 수요와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근거로, 향후 구리 공급 부족 및 가격 상승 전망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구리 대체 시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특히 구리 가격 상승 시기에 더욱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 크루(CRU) 그룹의 전선 및 케이블 책임자인 천페이 왕은 "중국에서 구리 대체는 새로운 주제가 아니며, 국가 전력망에서 큰 진전 없이 수년 동안 지속되어 온 주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구리 vs 알루미늄, 장단점은?


구리는 뛰어난 전도성을 자랑하지만, 알루미늄은 가볍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알루미늄은 전도성이 낮아 더 큰 케이블이 필요하지만, 무게가 중요한 가공 송전선 등에 주로 사용된다. 반면, 공간이 제한적인 도심 지하 케이블에는 구리가 선호된다. 1970년대 알루미늄 배선으로 인한 화재 사고는 알루미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남겼다.

중국에서는 특정 용도에 구리 사용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어,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국가전망은 구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구매 결정을 파악하기 어렵다.

최근 국가전망의 알루미늄 케이블 입찰량이 급증하면서 구리 대체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요 증가가 전력망보다는 건설 현장의 임시 설치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리 시장, '안갯속' 전망…변수는?


국제구리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대체품 도입으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구리 소비량이 매년 약 1~1.5%씩 감소해 왔다.

현재 글로벌 구리 시장은 중국의 구매 약세로 공급이 원활하지만, 향후 몇 년간 구리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국영 전력망의 알루미늄 구매 확대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구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정책 변화의 신호탄인지에 따라 구리 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세계 최대의 케이블 제조업체인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Prysmian SpA) 역시 구리 업계가 실제로 금속 부족에 직면하지 않는 한, 알루미늄으로의 광범위한 글로벌 전환 전망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에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정책 전환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알루미늄으로의 대규모 대체가 실현된다면 구리 가격의 상승을 제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국가전망의 구매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