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처음 개최될 예정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인 'e스포츠 올림픽'은 '올림픽'보단 'e스포츠'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기성 스포츠 종목을 바탕으로 어울리는 게임을 선정하는 것이 아닌 '리그 오브 레전드(LOL)'나 '스트리트 파이터(스파)' 등 유명 게임들이 정식 종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BBC는 최근 유럽 유명 e스포츠 구단 G2 e스포츠의 알반 데셸로트(Alban Dechelotte) 대표이사와 인터뷰한 기사를 공개했다. 데셸로트 대표는 현재 'e스포츠 올림픽'과 관련해 IOC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셸로트 대표는 인터뷰에서 "IOC 위원들이 2022년 커먼웰스(영 연방) 게임, 아시안 게임에서 열린 e스포츠 종목 경기들의 성과와 대중 반응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향후 올림픽은 (온라인) 경쟁 게임들이 새로운 대중에게 접근하는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OC는 당초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올림픽 버추얼 시리즈', 지난해 싱가포르에선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 등의 대회를 선보였다. 두 대회 모두 '야구', '조정', '요트', '레이싱' 등 기성 스포츠 종목을 미리 선정하고 이에 맞춰 어울리는 게임을 선정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버추얼 태권도', '버추얼 레가타(요트)' 등 상용화되지 않은 종목들도 다수 포함됐다.
반면 영 연방 게임에선 '도타 2'와 '로켓 리그', 'e풋볼' 등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종목들이 채택됐다. 아시안 게임에서도 LOL과 스파,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 등이 종목으로 활용됐으며 한국 국가대표팀은 LOL, 스파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스포츠 올림픽은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올림픽위원회가 주관할 예정이다. 사우디에선 현재 연례 게임 대회 'e스포츠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대표 단위로 맞붙는 올림픽과 달리, e스포츠 월드컵은 국적이 아닌 프로게임단 단위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올림픽이란 명의가 들어간 만큼, e스포츠 올림픽 역시 국가대표 단위 경쟁이 될 전망이다. 데셸로트 대표는 "큰 변화가 있다면 구단이 아닌 국가 단위로 e스포츠 경쟁이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한국 e스포츠 대표팀과 덴마크 대표팀이 맞붙는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2 LOL팀은 전성기였던 2019년도, 국제 무대에서 한국 팀들을 연파하며 국내외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팀의 주축이었던 '캡스' 라스무스 뷘터와 '원더' 마르틴 한센이 모두 덴마크 출신이다. 이 외에도 '비역슨' 쇠렌 비에르, '프로겐' 헨리크 한센, '젠슨' 니콜라이 옌센, '코베' 카스페르 코베루프, '산토린' 루카스 라르센, '즈벤' 예스페르 스베닝센 등 수많은 전현직 유명 게이머들이 모두 덴마크인이다.
올림픽 e스포츠 종목 선정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장르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콜 오브 듀티' 등 이른바 택티컬 슈팅 게임이다. 이들은 실제 총격전을 묘사하는 게임들인 만큼 '스포츠를 통한 국제 평화 증진'이란 문구로 대표되는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항저우 아시안 게임 배그 모바일 종목은 본래의 총격전이 아닌, 과녁 사격과 차량 운전을 통해 얻은 점수로 승패를 가르는 아시안 게임 전용 모드로 경기가 진행됐다.
데셸로트 대표 역시 BBC와 인터뷰서 콜 오브 듀티 등의 정식 종목화에 관한 질문에 "내년에 개최될 게임에 이들 종목이 포함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아닐 것"이라면서도 "올림픽 위원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e스포츠 팬들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다면 종목화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