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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자동차업계, ‘전기차 사업'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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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자동차업계, ‘전기차 사업' 숨고르기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소재 포드자동차 공장의 ‘슈퍼듀티’ 픽업트럭 생산라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소재 포드자동차 공장의 ‘슈퍼듀티’ 픽업트럭 생산라인. 사진=로이터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적자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당장 매출 유지에 도움이 되는 내연차 판매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완성차 업계의 양대산맥인 GM과 포드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내연기관 승용차와 트럭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됐다.

◇ GM와 포드차, 앞다퉈 전기차 사업 축소 움직임


NYT에 따르면 포드의 경우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에 있는 내연차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내연 픽업트럭 조립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오크빌 공장에서는 그동안 내연 SUV 모델인 ‘에지’를 생산해왔으나 포드는 내년부터 포드 익스플로러와 링컨 에비에이터의 전기차 버전을 만드는 공장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포드는 이같은 계획을 백지화하고 자사의 베스트셀링 픽업트럭에 속하는 ‘슈퍼듀티’ 픽업트럭을 이 공장에서 본격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포드는 기존 시설만으로 이같은 목표를 이루기는 어렵다고 보고 30억 달러(약 4조1600억 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벌이기로 했다.

포드는 슈퍼듀티 트럭은 미국 켄터키주 공장과 오하이오주에서 현재 생산되고 있으나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강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캐나다 공장을 이 모델의 세 번째 생산기지로 활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포드에 앞서 GM도 전날 비슷한 맥락으로 보이는 발표를 했다.

올해 전기차 생산 계획을 25만대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GM이 당초 계획했던 생산 목표보다 5만대 줄어든 수준이다.

NYT는 “GM과 포드가 이처럼 전기차 사업의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은 전기차 생산규모를 내년까지 10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전기차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불과 몇 년 전까지 밝혔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상황”이라면서 “내년까지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를 100만대로 늘린다는 목표는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GM의 경우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지난해부터 전기차와 관련한 사업을 조정해왔으나 북미 공장의 전기차 생산량을 100만대로 늘리는 계획에는 손대지 않아왔다.

◇ 아성 흔들리는 테슬라, 멕시코 공장 신축 및 인도 진출 추진 보류


지난 2분기 들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6년 만에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진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테슬라의 올 상반기 전세계 매출 역시 전년 대비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미국은 물론 해외 전기차 시장에서도 지배력이 약화되면서 그동안 꾸준히 달성했던 연간 50% 수준의 판매증가율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목소리가 테슬라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테슬라가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산타카타리나에 짓기로 한 기가팩토리 공사가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인도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려던 움직임을 거둬들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미 지난 4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인도 자동차 시장에 대한 진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인도 방문 자체를 무기한 연기해 테슬라 위기설을 촉발시킨 바 있다.

경영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아룬 쿠마 자동차 담당 이사는 NYT와 인터뷰에서 “약 3년 간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전기차 수요가 폭발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이 계속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투자를 늘려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수요가 위축되면서 전략을 수정하고 나선 것인데 이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자 내연차 시장 점유율을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