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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 속 전기차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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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 속 전기차 운명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7월 13일(현지시각) 유세 현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입장을 공식으로 밝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7월 13일(현지시각) 유세 현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입장을 공식으로 밝혔다. 사진=로이터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에 성큼 다가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브로맨스가 점입가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를 훌륭한 기업가라며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순화했고,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매달 약 4500만 달러(약 626억 원) 정치자금 기부를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기차 세제혜택 거부 의사는 확실히 했다.

머스크도 이 점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다리 걷어차기


테슬라는 미 전기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보조금이 없어도 자력으로 버틸 수 있는 업체다.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전기차를 팔면 팔수록 마진이 높아지는 구조에 도달했다.

리비안을 비롯한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물론이고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내연기관이 주력이지만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는 전통 자동차 업체들도 아직은 전기차를 팔 수록 손해를 본다.

이들에게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감세 혜택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역할을 해왔다.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비싼 전기차를 소비자들이 구매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해 백악관에 입성하면 그 첫 날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머스크 역시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지난 수 개월 트럼프와 만남을 이어 온 머스크가 어쩌면 뒤에서 은근슬쩍 트럼프에게 보조금 철회 카드를 내밀었을 수도 있다.

머스크는 실상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지면 테슬라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처럼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보조금을 폐지해라. (그렇게 되면) 테슬라에는 도움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들도 테슬라로서는 나쁠 것 없는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테슬라 경쟁사들은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고, 테슬라는 그 틈에 다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야디(BYD) 같은 중국 업체들 가운데서는 전기차로 흑자를 내는 곳이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0% 올린 터라 미국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없다.

트럼프의 변화


트럼프는 머스크와 브로맨스를 구축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생각이 부드럽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달 애리조나주 선거 유세에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예전과 달리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나는 전기차 빅팬"이라면서 "일론(머스크) 팬이다. 나는 일론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많은 이들이 전기차를 사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지만 다른 종류의 차를 사려고 한다면 그럴 선택 역시 존중돼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이 가는 차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수일 뒤 머스크는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트럼프가 테슬라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의 '엄청난 팬'이라면서 현재 트럼프 친지들 상당수가 테슬라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1년 전만 해도 달랐다.

지난해 9월 미국의 자동차 고향인 디트로이트 인근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트럼프는 전기차를 두고 "이 망할 물건은 도대체 충분히 멀리 가지도 못하면서 값은 엄청나게 비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잠재적 위협


테슬라는 머스크와 트럼프의 브로맨스 속에 시장 점유율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우선 전기차 시장 확장세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지면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이 줄어들 수 있다.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면 테슬라가 아무리 흑자를 낸다고 해도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비틀 거릴 수 있다.

테슬라 전기차 주 소비층이 민주당 지지자들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머스크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면서 반감을 가진 민주당 지지자들이 테슬라에 등을 돌릴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인 캘리포니아주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19일 배런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신차 딜러 협회(CNCDA) 발표에서 테슬라의 2분기 캘리포니아 신차 판매 대수가 5만2000대로

1년 전보다 24% 급감했다.

캘리포니아의 2분기 전체 전기차 판매 대수는 약 10만1000대로 1년 전과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테슬라는 무려 24% 감소한 것이다.

2분기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시장 점유율은 약 51%로 1년 전에 비해 16%포인트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브로맨스 속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뒤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 테슬라는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 침체 분위기 속에 함께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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