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논란으로 고전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일부 억만장자들이 트럼프 대세론에 가세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대선 중도 하차와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 이후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테크 업계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이 신문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거액 투자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고, 대규모로 기부금 제공을 약속함으로써 친트럼프 바람을 잠재우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한 러닝메이트로 실리콘밸리 출신의 J. D. 밴스 상원의원을 낙점했다. 밴스 의원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2016년 샌프란시스코의 벤처캐피털 미스릴 캐피털(Mithril Capital)에서 일했다. 이 회사는 공화당 큰손 기부자인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등이 공동 설립했다. 그는 스티브 케이스 전 AOL 최고경영자(CEO)의 벤처캐피털 회사인 레볼루션 LLC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했다. 밴스는 이런 인연으로 실리콘밸리에서 폭넓은 인맥을 구축했다. 밴스 후보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자인 억만장자 투자자 데이비드 색스와도 가까운 관계다.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한 안드레센과 호로비츠는 바이든 정부가 과도한 규제와 불필요한 과세로 스타트업을 억압하고 있는 반면에 트럼프가 혁신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현재 백악관이 인공지능(AI) 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가 트럼프 쪽으로 넘어간 것은 절대 아니었다고 NYT가 지적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나온 선거 자금은 민주당 후원금이 공화당에 비해 4배가량 많다고 존 쿠건 스타트업 창업자가 주장했다.
실리콘밸리의 민주당 지지 진영은 이제 해리스 부통령이 인공지능 등에 관한 전향적인 비전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가 다수의 빅테크 기업 CEO를 맡고 있어 인도계 모친을 둔 해리스가 이곳에서 인기를 끌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설립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최고 후원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명시적 지지를 표명하진 않았으나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대한 낙관론을 밝혔다. 그렇지만 오픈AI 등에 투자한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 코슬라벤처스 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민주당이 '개방형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