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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랠리, 짧게 끝날 수도...美·日 정책회의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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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랠리, 짧게 끝날 수도...美·日 정책회의에 달려

2024년 7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을 보여주는 게시판 앞을 보행자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7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을 보여주는 게시판 앞을 보행자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달 들어 가파른 랠리를 펼친 일본 엔화의 반등세가 다음 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회의를 계기로 꺾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 축소 가능성으로 최근 엔화 매수에 나섰지만, 엔화의 급반등세가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는 지난 11일 일본 외환 당국이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 이후 달러 대비 5% 넘게 상승했다. 월초 한때 162엔까지 치솟았던 달러/엔 환율은 개입 이후 급반락하며 25일 거래에서 152엔 내외까지 하락했고 이날도 153엔대를 중심으로 하락 기조를 유지했다.

그렇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엔화의 랠리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실제 전일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발표되자 엔화의 최근 반등세에 급격한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본은행이 오는 31일 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과 국채 매입 규모 축소 등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엔화가 달러 대비 다시 급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스와프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달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15bp 인상할 가능성을 약 45%로 반영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 이상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지만, 실제 금리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는 30%에 그쳤다.

ATFX 글로벌 마켓의 닉 트위데일은 “최근 엔화가 미친 랠리를 펼쳤지만, 일본은행이 긴축 정책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일본 시장을 관찰한 어시메트릭 어드바이저스의 아미르 안바르자데 전략가는 “일본은행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달러/엔 환율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일본은행과 같은 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으면 최근의 엔화 반등 흐름은 더욱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경제지표가 금리 인상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일본의 서비스 부문 주요 지표는 7월에 반등했지만, 공장 활동 지표는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지출이 여전히 부진한 점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싱가포르 소재 씨티그룹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외환 트레이딩 책임자인 네이선 스와미는 이번 주 엔화 가치가 반등한 이후 엔화 강세에 베팅하는 옵션 수요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투자자 심리 변화의 신호인지는 예단하기 이르다”면서 “현재로서는 단기 포지셔닝이나 헤지 활동의 전술적 변화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7월23일까지의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및 기타 투기적 시장 참여자 등 비상업적 트레이더들이 보유한 엔화 하락에 베팅한 포지션 규모는 89억 달러로 7월 초 단기 최고치인 140억 달러 대비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긴축이 충분하지 않거나 긴축 정책을 펼친다 해도 여전히 일본의 초저금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엔 캐리 거래 동인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가 계속 호조를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삭소 캐피털 마켓의 통화 전략 책임자인 차루 차나나는 “연준이 9월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지 않고 미국 경제지표가 다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엔화는 재차 160엔을 테스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