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P팀은 지주사인 ㈜두산에 속했고 총수를 비롯한 최고경영진과 직접 연결해 사업을 논의하는 조직이라고 하는데. 실체는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다. 두산그룹 직원들 다수가 모르거니와 팀명을 안다고 해도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이 어렵다. 정확한 팀원 수는 물론 ㈜두산 내부 직원들이 공유하는 임직원 연락처 명단에도 등재되지 않을 정도란다. 발족 시기도 불분명한데, 오너 3세 일가가 경영을 주도하던 지난 1990년대에 이미 존재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수면 아래에 있던 CFP팀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두산그룹이 밥캣(현 두산밥캣)을 인수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다. 당시 두산그룹은 경기 불황에 더해진 밥캣 인수 대금 부담으로 유동성에 애로를 겪자, 추가 구조조정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때 CEP팀이 언론 앞에 나서서 설명한 것이었다. 이후 CFP팀은 다시 사람들로부터 잊혔지만, 여전히 핵심 조직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초창기에는 외국계 컨설팅 및 회계법인 출신 등 외부 영입 인사가 주를 이뤘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거쳐 현재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할 당시에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돼 CFP팀을 이끌었다. 2010년 이후부터는 그룹 내에서 인원을 뽑는 비율이 높아졌고 한다.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소수정예의 CFP 팀원들이 일하는 방식과 관련한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그들의 수첩과 스마트폰, PC 등에는 날마다 새로운 기업 명단이 빼곡히 올라온다. 이 명단은 투자은행(IB), 컨설팅업체 또는 CFP 팀원들이 개인적 루트를 통해 전 세계 M&A 시장에서 발굴한 기업 매물 리스트다. 단순히 기업명만 적는 게 아니라, 정보와 첩보를 통해 얻은 해당 기업의 금융구조와 인원 구조, 사업 구조의 현재와 미래 성장성, 여기에 만약 두산그룹이 인수를 추진했을 때 어떻게 업무를 풀어나가야 할지 등 모든 작업이 기록된다.
이러한 작업은 항상 인수한다는 가정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최고 경영진들이 인수 추진 사인을 낼 때쯤이면 CFP팀원들은 이미 인수 업무의 절반 이상을 완료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한발 앞서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
설비 투자와 마찬가지로 M&A 투자는 회사의 흥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도다. 따라서 M&A 담당 팀원 개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끈끈한 결속력이 있어야 신속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
두산그룹 CFP팀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다수의 그룹이 비슷한 전담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비교해 CFP팀의 경쟁력은 구성원, 즉 ‘사람’이다. 박정원 회장 등 오너 경영진은 물론 전문 경영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재무 담당 임원, M&A 담당 실무자 등 대부분이 이 분야 M&A의 베테랑들로 채워졌으며, 이들은 ‘원팀’으로 수십 차례 이상 M&A를 진행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워낙 오랫동안 한배를 탔으니, 눈빛만 봐도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한다.
지금은 M&A가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성장 전략의 하나로 보편적으로 활용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자사 현실과 미래 사업 방향을 반영하지 못한 M&A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반면. 두산그룹은 매각과 인수 모든 면에서 피인수자, 인수자, 투자자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최적의 방법을 도출해 냄으로써 성공 사례를 실현했다. 이를 가능케 한 조직이 CFP팀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이 이번에 마련한 개편안을 주주총회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판단을 받겠다고 한 것은 최고경영진과 CFP팀 등 핵심 브레인들이 검토한 끝에 이 길 만이 두산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면서, “오해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설득해 이를 관철한다는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