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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실리콘밸리, 트럼프파 vs 해리스파 내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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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실리콘밸리, 트럼프파 vs 해리스파 내전 중

서로 잠재적 파트너가 될 수 있어 공개적으로 싸우지 않는 전통 '마피아의 오메르타' 깨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말 대선을 앞두고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실리콘밸리 애플 캠퍼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말 대선을 앞두고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실리콘밸리 애플 캠퍼스. 사진=로이터
미국의 테크 수도로 불리는 실리콘밸리가 대선으로 인해 친(親)도널드 트럼프파와 친(親)카멀라 해리스파로 나뉘어 내전을 치르고 있다. 실리콘밸리 테크기업 창업자나 최고경영자(CEO), 거액 투자자들은 서로 잠재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어 드러내 놓고 싸우지 않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이런 관행이 깨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에서 억만장자들 간 싸움이 갑자기 폭발하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친트럼프 기업인과 그 상대역인 친민주당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서로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들 인사들이 소셜 네트워크, 콘퍼런스, 팟캐스트 등을 통해 미국의 미래 문제를 얘기하면서 서로 인신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테크 분야 지도자들이 사적으로 서로 비난하지만, 잠재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미래의 협업 가능성 등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싸우지 않았으나 이제 서로 드러내 놓고 독설을 퍼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마피아의 오메르타(omerta)'가 불문율로 자리 잡았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오메르타는 마피아가 서로 싸우고 조직의 보스 간 의견 충돌이 있어도 공개적으로는 이를 드러내지 않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두 동강이 났다.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거물급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거액의 기부금을 약속했다. 트럼프 지지 대열에 대형 벤처캐피털 a16z의 마크 안드레센과 벤 호로비츠 공동 창업자, 팔란티어의 공동 창립자 조 론스데일,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 대형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의 숀 맥과이어 등이 가담했다.
미국 크래프트벤처스의 창립자이자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 창업자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색스는 지난 6월 자택에서 트럼프를 위한 모금 행사를 열어 1200만 달러 끌어모았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미스릴 캐피털(Mithril Capital)에서 일했다. 이 회사는 공화당 큰손 기부자인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등이 공동 설립했다. 머스크도 페이팔 창업자 중 한 사람이다.

NYT는 ‘페이팔 마피아들’이 전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 색스, 틸 등이 친트럼프 진영에 섰다. 그 반대편에는 링크트인 설립자로 민주당의 거액 후원자인 리드 호프만 등이 버티고 있다. 호프만은 트럼프에 대한 강간과 명예훼손 소송 비용을 대줬다. 호프먼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최고 후원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는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대한 낙관론을 밝혔다.

트럼프가 지난달 27일 펜실베이니아주 대선 유세에서 피격당한 직후에 색스는 배후로 호프만을 지목했다고 NYT가 전했다. 머스크는 페이팔에서 색스, 호프만 등과 함께 일했고, 피격 사건이 나자 소셜미디어 X에 호프만 같은 인간들이 가장 바라는 일이 일어났다고 적었다.

트럼프 지지자인 호로비츠의 기업에 투자했던 로저 맥나미는 호로비츠와 안드레센을 겨냥해 “반민주적인 가치를 가진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비난했다. 호로비츠는 X에 “로저, 생각이 다르다고 트윗으로 공격하느냐”고 맞받았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맥과이어는 트럼프 캠프에 3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한 파장에 대해 경제 전문지 포춘에 “많은 친구를 잃었고 가족들도 실망했다. 하지만 괜찮다. 예상했던 일이니까. 우리가 이렇게 극단적인 양극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슬플 뿐이다"라고 밝혔다.

NYT는 실리콘밸리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술 관련 정책과 규제 조처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규제 완화, 감세, 가상 자산 산업 지원 등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 중 일부는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 투자자들이다.

그렇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기업인이나 거액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테크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의 분할을 요구하고, 마크 저커버그를 감옥에 처넣겠다고 위협했다. 또한 트럼프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테크 기업에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울 것으로 이들은 우려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