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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파월과 트럼프 충돌 '미풍'인가, '태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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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파월과 트럼프 충돌 '미풍'인가, '태풍'인가

연준 독립성 훼손되면 미국 통화·재정 정책 신뢰 상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늘방석에 앉아있다.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오는 9월 17, 18일(현지시각) 열리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결정할 통화정책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리해진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에 도움이 된다.
연준이 9월에 어떤 결정을 해도 어느 한편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마련이다. 파월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FOMC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자신이 던질 카드를 미리 보여주었다.

파월 의장은 "9월에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고, 이르면 9월에 금리 인하가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월가는 연준이 9월부터 시작해서 연말까지 총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야후파이낸스는 “파월 의장이 대선을 앞두고 공식적으로 충돌 코스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그 충돌 대상은 트럼프다. 경제 전문지 포춘은 “트럼프가 연준을 흔들려고 했으나 파월이 역공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쉽게 물러날 사람은 아니다. 트럼프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정치적 결정’이라는 프레임으로 옭아매려 한다. 트럼프는 특히 자신이 승리하면 인플레이션이 더 내려가고, 금리도 더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한 날 트럼프는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취임 첫날에 무엇을 할 것인지 질문을 받았다. 그는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을 위한 시추를 확대하도록 독려하겠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이어 “내가 에너지 가격을 아주 많이 낮추고, 금리를 낮추며, 인플레이션을 아주 많이 낮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에도 자신이 지명한 파월 의장에게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했으나 파월 의장이 이를 무시했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어떤 정치적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우리의 정책 수단을 절대로 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대통령은 연준 의장, 부의장, 이사 교체 또는 해임을 통해 연준의 운영에 개입할 수 있다. 그렇지만, 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이들 이사의 임기는 무려 14년에 달한다. 파월은 의장 임기가 2026년 5월에 끝나지만, 연준 이사로서 그의 임기는 2028년까지다. 필립 제퍼슨은 부의장 임기가 2027년 9월에 끝나고, 이사로서 임기는 2036년까지다. 마이클 바는 부의장 임기가 2026년 7월이고, 이사 임기는 2032년에 종료된다.

미국 대통령이 불법 또는 부정행위나 직무유기 시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으나 통화정책 견해 차이를 이유로 쫓아낼 수는 없다. 트럼프도 이런 이유로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임기를 마치도록 놔두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파월 의장을 재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지난 2018년 상원의원 당시에 파월 의장 인준안에 반대표를 던졌었다. 해리스가 이기면 트럼프와 달리 파월 의장이나 연준 흔들기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리면 미국의 통화·재정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트럼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연준이 '빅스텝'을 밟지 않으면 대선 전 금리 인하는 정치권과 연준 간 ‘건강한’ 긴장 관계의 단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