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확산되고 있다. 높은 개발 및 운영 비용에 비해 이를 충족할 만큼의 수익 창출로 좀처럼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서구권 유력 매체들도 'AI 거품론'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크지만 AI도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와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면서 투자자들도 관련 주식 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개월 동안 미국 기술주 시장에서 AI 관련 기업에 투자가 집중됐지만 월가의 호황은 △엔비디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애플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 7'에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 기업은 9개월간 39%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S&P 500의 나머지 493개 기업은 실적은 이에 못 미쳤다. 미국 증시에서 이들 기업의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가 이어지자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투자자들은 AI에 대한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아시아 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1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장 대비 2,216.63(5.81%) 내린 35,909.70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분인 2,216.63는 닛케이 역사상 두 번째 규모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기술주 하락으로 2일 삼성전자는 4.21% 하락했으며 SK하이닉스는 10.40%나 떨어졌다. 이에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866억원, 369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미국 시장의 불안정성이 그대로 한국 시장에 반영되는 흐름이다.
미국 언론은 투자자들이 현실 점검이 필요한 시점임을 깨달으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아 왔고, 거품 팽창 끝에 이제는 관심에서 벗어난 NFT, 메타버스 등 수많은 신기술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감돌면서 기술주 매도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 인하를 앞두면서 '매그니피센트 7'의 실적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만족할 만한 성과, 지표를 제시하지 못하면 기술주의 대량 매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량 매도가 시작되면 가속이 붙으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붕괴될 우려가 있다.
골드만삭스 또한 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기대한 만큼의 편리함과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7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골드만삭스는 AI가 가져다줄 수 있다고 광고하는 '실제 혜택'은 불확실한 상황이며, 아직 실현되지 않은 생산성 개선에 근거해 주가 상승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짐 코벨로 골드만삭스 글로벌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AI 기술 개발에 필요한 높은 비용과 개발과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강조했다. 이어 AI 기술에 대한 기대감과 투자심리에 대해 가상현실,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이전에 주목받았던 차세대 기술과 마찬가지로 과대광고에 해당한다고 비유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오히려 정상적인 수순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열풍에 의한 일부 거품이 꺼지는 것은 맞지만 이는 투자 시장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앞선 신기술들이 그러했듯이 AI 역시 정상 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