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빅스텝(50bp)’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면서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일간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의 ‘깜짝’ 금리 인상 여파로 상승 탄력이 커진 일본 엔화는 이번 주 달러 대비 2022년 이후 최대 오름 폭을 기록하는 등 특히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중앙은행들의 정책 경로에 집중된 가운데 경제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안전자산 피난처로서의 달러 수요를 능가했다고 진단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 수는 11만4000건 증가에 그치며 17만5000건 증가를 예상한 월가 전망치를 하회했다. 실업률은 4.3%로 상승하며 전월(4.1%)과 동일할 것으로 본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Fed Watch) 툴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50bp 인하할 확률을 71%로 반영했다. 이는 지표 발표 전의 31%와 전일 22% 대비 크게 상승한 수치다.
강달러 기조 '위협'...연준에 달렸다
이날 달러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달러 강세론자들을 인용해 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경기 둔화 우려로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달러화의 일시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 수요로 인해 달러가 지지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슈로더의 미주 지역 멀티에셋 책임자인 애덤 파스트럽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하면 일반적으로 달러는 먼저 하락한 뒤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향후 연준의 행보다. 고용과 제조업 지표 부진 등으로 월가 주요 은행들은 연준의 ‘빅스텝’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9월과 11월에 각각 50bp씩 인하하고 12월에는 25bp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남은 세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총 125bp의 금리 인하를 내다본 것이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이보다 신중하게 접근했다. 골드만은 9월과 11월 및 12월 정책회의에서 연준이 각각 25bp씩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예상한 9월과 12월 25bp씩의 금리 인하 전망 대비 11월 25bp 인하가 추가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고용 보고서가 고용시장 약화를 과대 포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8월 고용 지표도 악화하면 연준의 9월 50bp 금리 인하 개연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7월 허리케인 ‘베릴’로 인한 일시적인 고용 지표 타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직은 고용 시장의 추세적 둔화를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연준이 어느 한 가지의 경제지표에 과잉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시 신중함을 내비쳤다.
시장의 전망보다 실제 연준의 행보가 덜 공격적일 경우 달러화 가치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XTB의 리서치 디렉터인 캐슬린 브룩스는 “채권시장이 외환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면서 지금부터 내년 1월까지 연준의 정책 변화가 달러화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