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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대통령 후보 해리스의 기후 정책, 대선 앞두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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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대통령 후보 해리스의 기후 정책, 대선 앞두고 주목

환경단체 지지와 정책 불확실성 사이에서 균형 잡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1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버러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1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버러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일(현지시각)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되며 그의 기후 정책이 대선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해리스는 아직 명확하게 정리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환경단체 지지와 정책적 불확실성 사이에 균형 찾기를 모색 중이다.
해리스의 기후 정책은 미국 대선에 낙태나 이민만큼 핵심 쟁점은 아니지만, 그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구 미래와 미국의 에너지 정책,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환경단체들의 지지와 기대
우선, 주요 환경단체들이 해리스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보였던 것과 확실하게 달라진 것이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중동문제와 높은 인플레이션, 알래스카 개발 승인에 불만을 토로하고 바이든 지지에 거리를 뒀다.

하지만, 해리스가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등극하자 ‘지구의 벗’, ‘생물 다양성 센터’ 등 좌파 성향 단체들이 일부는 이미 해리스를 공식 지지하고 나머지 단체들도 지지에 나설 태세이다.

이는 해리스의 과거 환경 정책 실적과 ‘모두를 위한 환경 정의법’ 제정 노력 등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기인한다.

다만, 일부 단체들은 여전히 해리스 기후 정책에 구체적 플랫폼이 없다면서 지지를 미루고 있다.

예를 들면, ‘선라이즈 무브먼트’ 등 청년 주도 환경단체들은 해리스에 더욱 강력한 기후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신규 석유ㆍ가스 프로젝트 승인 중단, 환경 정의 실현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해리스가 필승을 위해 꼭 필요한 진보 유권자나 젊은 층의 주요 관심사가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지 기반 확대 차원에서 이는 해리스가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해리스의 전략적 모호성과 일부 정책 변화

해리스 캠프는 아직 종합적인 기후 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는 환경 보호, 일자리 창출, 산업계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이해 충돌을 최소화하는 타협책을 내부적으로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이며, 이런 전략적 모호성은 정책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단체는 더 명확한 기후 정책을 요구하고, 에너지 산업 투자자들은 장기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또한, 국제사회에서도 미국의 기후 협약 이행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해리스의 새로운 입장이 화석 연료 사용 축소와 청정에너지 확대를 추진해 온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정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도 관심사이다.

2020년 대선 당시 해리스가 제시했던 10조 달러 규모 기후 계획, 탄소세, 프래킹 금지 등 공약의 현재 유효성이 불분명한 상황에,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해리스의 프래킹 정책 전환이다.

프래킹(수압파쇄)은 고압의 물을 이용해 암석에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기술로, 환경파괴 논란이 있지만, 미국 에너지 자립에 도움을 주었다. 해리스는 2020년 대선 때 프래킹 금지를 공약했으나, 최근 이를 철회했다.

프래킹 정책 변화는 미국 에너지 정책의 복잡한 현실을 반영한 중요 전환점으로, 해리스의 입장 변화는 에너지 안보, 경제적 현실, 환경 보호 사이의 균형 찾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 속에서 미국 내 에너지 생산 능력 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변화는 환경단체와의 갈등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진보적 환경단체들은 이를 환경 정책의 후퇴로 보고 있어, 해리스 캠프는 친환경 지지층 일부를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동시에 프래킹 산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경합 주에서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는 유권자와 에너지 기업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볼 수 있다.

해리스 캠프의 신중한 접근은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요인들을 고려한 결과이지만, 명확한 정책 제시 지연은 지지층의 불안과 반대파의 비판을 키울 수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기후 정책 플랫폼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전후로 해리스 캠프가 구체적인 기후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정책을 기반으로 하면서,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의 균형을 찾는 ‘그린 뉴딜’ 개념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본다.

또한, 해리스 기후 정책 플랫폼 불확실성과 프래킹 기조 변화가 환경 보호, 경제 발전, 에너지 안보, 기후 변화 대응 사이의 복잡한 균형을 시사하며, 미국 에너지 정책이 직면한 현실적 도전과 정치적 압력을 해리스가 능력을발휘해 정책을 조율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향후 해리스가 이 복잡한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갈지, 그리고 그것이 미국 대선과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 에너지 정책과 경제 발전의 균형 잡기

해리스의 에너지 정책은 청정에너지 전환과 경제 발전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2040년까지 100% 무탄소 전력 전환을 목표로 하면서도, 천연가스를 ‘가교 연료’로 활용하는 현실적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급격한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이며, 동시에 재생 에너지, 에너지 저장, 탄소 포집 기술 연구 개발을 지원해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려고 한다.

해리스 캠프는 이러한 정책 기조를 강화하기 위해 기후 문제에 성과를 가진 인물들을 부통령 후보로 고려 중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2040년까지 100% 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으로 전환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에 서명한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 펜실베이니아의 천연가스 산업과 협력한 업적으로 해리스가 프래킹 금지 공약 때문에 반발에 직면한 부분을 완충할 수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쉬 샤피로, 화석 연료 반대의 비난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될 마크 켈리 상원의원 등이 부상 중이다.

이외, 영향력 있는 기후 단체인 에버그린 액션이 해리스에 제안한 “깨끗한 전기 기준”과 발전소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CO2 배출 규정, IRA 지원 재생 에너지 수용에 필수적인 전력망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세액 공제, 중공업의 탈탄소화, 높은 탄소 배출량으로 생산된 수입 제품에 대한 새로운 무역 처벌 규정 등도 앞으로 에너지 정책에서 채택될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파리 협정 준수와 국제 기후 기금 지원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도모하며, 국내적으로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과 기존 화석 연료 산업 전환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추진한다. 이러한 접근은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유권자와 에너지 산업 종사자 모두의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으로, 특히 경합 주에서의 득표에 중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과 기회

해리스의 기후 정책은 한국의 친환경 기업들에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할 전망이다. 해리스가 구상 중인 2040년까지 100% 무탄소 전력 전환 등 청정에너지 정책을 확대하면, 이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5년까지 미국에 총 130억 달러를 투자해 배터리 생산력을 연간 15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고, 현대차그룹도 2025년까지 미국에 51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설비를 늘릴 예정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해리스의 정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정책들이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와 생산기지 설립은 불가피하다. 이는 단기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요구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 창출은 시장의 변동성을 감안할 때 언제나 부담이 될 수 있다.

동시에 해리스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국 산업 보호 정책과 기술 주도권 확보 노력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특히, 프래킹 정책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해리스 에너지 정책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안보를 고려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기술 공급자를 넘어, 미국의 에너지 전환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파트너로 자리잡아야 한다.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물론, 현지화 전략과 함께 미국 정부 및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전망과 과제

해리스의 기후 정책은 앞으로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의 균형, 국제 협력 강화, 청년층의 요구 수용 등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리스가 어떻게 프래킹 정책 변화와 같은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조율해 나가느냐이다. 이것은 미국의 미래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과 국제 에너지 시장에 중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정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단순한 기술 공급자를 넘어 미국의 에너지 전환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