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가 폭락 사태에 크게 고무됐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일자리 숫자는 참담하며 우리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고 있는데 역사상 가장 무능한 2명의 지도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경제적 난기류로 인해 미국 경제가 취약하다는 유권자들의 인식이 강화될 위험이 있고, 트럼프의 선거전 입지가 좀 더 탄탄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카 로버츠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신문에 “부정적인 경제 뉴스가 해리스를 짓누를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나 해리스 부통령이 단기간 내에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수단이 없고, 연준의 고위 인사들은 독립적으로 행동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9월 경제 동향이 미국 대선전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면서 “트럼프는 경제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자극하려고 하고, 해리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고 보도했다. NYT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내달 경제 건강 상태에 따라 어느 쪽에 힘이 실릴지 판가름 날 수 있다”고 전했다. NYT는 “앞으로 주가 폭락 사태가 장기화할지, 아니면 긍정적인 경제지표에 관한 뉴스가 나올지에 따라 투표 전 유권자의 경제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대선 전 마지막으로 9월 17, 18일에 개최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는 '피벗'(정책 전환)을 단행하면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 폭이다. 월가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베이비 스텝 대신에 0.5%포인트를 한꺼번에 내리는 빅 스텝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이때 유권자들이 다시 경기 침체 공포에 빠지면 금리 인하가 해리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아시아·유럽의 주요 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