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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英 노동당 정부-머스크, ‘英 내란 불가피’ 발언 놓고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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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英 노동당 정부-머스크, ‘英 내란 불가피’ 발언 놓고 정면 충돌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일론 머스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일론 머스크. 사진=로이터

“영국에서 내전이 벌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이 발언에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 정부가 발끈하고 나서면서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머스크의 발언이 문제 되고 있는 이유는 머스크가 일개 기업인을 넘어 세계 최대 단문 소셜미디어 X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정치·경제·사회 등 온갖 분야의 현안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온 세계 최강의 1인 미디어라서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머스크의 X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어 X는 머스크의 이번 발언으로 더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영국 총리실 “머스크의 ‘내란 불가피’ 발언 정당화될 수 없어” 강력 비난


5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타머 영국 총리실은 이날 낸 성명에서 “머스크 CEO가 영국 리버풀 등 일부 지역에서 우익 세력들에 의해 최근 벌어지고 있는 폭동을 두고 영국에서 내란이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총리실은 “현재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동은 극소수 우익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영국의 사회 여론을 대변하는 자들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총리실은 특히 “소셜미디어를 타고 폭동을 부추기는 발언이 판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유수의 소셜미디어를 이끌고 있는 기업인이 앞장서 이같은 발언을 내뱉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머스크는 전날 X에 영국에서 최근 벌어진 폭동 관련 영상을 공유하며 올린 글에서 “영국에서 내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영국 총리실이 그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에도 X에 글을 올리면서 “일부 사회만 아니라 영국 전체 사회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스타머 총리를 비판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물론이고 물러설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머스크의 두 번째 글은 스타머 총리가 “현재 폭동을 일으키고 있는 세력은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폭력만 행사하는 세력”이라면서 “영국 내 무슬림 사회를 겨냥한 폭동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형사 처벌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데 대한 반응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서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이민자에 반대하는 폭동이 일어나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극우 폭동이 일어난 계기는 지난달 29일 영국 북서부 리버풀 인근의 해안 도시 사우스포트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으로 세 명의 소녀가 사망한 일이다.

용의자의 신원이 확인되기 전까지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온라인 상에서 용의자가 영국에 망명을 신청하러 온 무슬림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 스타머 총리 “소셜미디어 통한 가짜뉴스 유포에 강력 대응” 천명


영국 정부는 강력히 대응하지 않으면 이번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머스크가 입장을 굽히지 않는 한 X도 큰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타머 총리가 앞서 법무부와 경찰 책임자들을 비롯한 각료들을 소집한 가운데 열린 대책회의에서 “온라인을 통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폭동을 사주하는 세력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국 총리실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의 강력한 입장이 나온 뒤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진 피터 카일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은 영국에서 서비스 중인 주요 소셜미디어 업체의 대표들을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한 영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다.

총리실은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최근 들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가짜뉴스를 규제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점은 인정되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카일 장관과 관련업체들이 앞으로 나누게 될 대화 결과에 따라 영국 정부의 입장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여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뉴스의 유통이 관련업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충분한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으면 영국 정부가 개입해 강력한 규제를 가할 가능성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