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흐름을 단박에 바꿔놓은 것은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이었다. 제목은 ‘조 바이든을 사랑하지만 우리에겐 새 후보가 필요하다’였다. 사랑하지만 이젠 헤어졌으면 한다는 이별 통보였다. 마치 연인에게 보낸 편지 같았다.
급하게 몸을 풀고 타석에 들러선 대타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민주)이었다. 트럼프로 기울어졌던 여론은 순식간에 팽팽해졌다. 해리스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까지 가야 할 길은 험난해 보인다. 그녀는 적어도 세 개의 유리천장을 깨트려야 오벌 오피스를 차지할 수 있다.
오바마는 백인 외할머니 손에 의해 양육됐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많은 백인들이 그에게 표를 준 데는 백인 외할머니에게서 자란, 그래서 흑인이지만 반듯하게 컸을 것이라는 관용적 이유가 작용했다. 흑인이 미국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1619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흑인은 노예가 아닌 자유인이었다.
이후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목화 수요가 늘면서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졸지에 먼저 온 흑인들까지 노예 취급을 당했다. 흑인들의 삶은 피폐했다. 1958년 미시시피 대학교에 지원한 흑인 학생 클레넌 킹은 정신병원에 강제로 수용됐다. 지역 판사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착각한 흑인이라면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둘째, 해리스는 첫 여성 미국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다. 2016년 트럼프에게 패해 좌절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정치매체 ‘더힐’은 클린턴과 달리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해리스 캠프의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셋째가 은근히 가장 어려운 극복 과제일 수 있다. 해리스는 현직 부통령이다. 현직 부통령으로 백악관 주인공이 된 마지막 대통령은 1988년 선거에서 이긴 조지 H.W. 부시다. 1836년 마틴 밴 뷰런 이후 152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인자에게는 늘 일인자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영광은 일인자의 훈장이지만 비난은 함께 나눠 져야 하는 부채다.
인플레이션이나 국경 문제, 가자전쟁, GDP의 104%에 달하는 연방부채 등 바이든이 남겨준 부채는 산더미 같다. 1988년 미 대선에서 부시는 초반 17%의 여론 열세를 뒤집었다. 그에게도 이란-콘트라 사건, 다우존스지수를 22.6%나 폭락시킨 블랙 먼데이 등 숱한 부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 차이로 역전승했다.
최근 실시된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의 54%는 트럼프를 지지한다. 해리스 지지는 45%. 반면 여성의 54%는 해리스를 좋아한다. 트럼프는 45%로 정확히 반대다. 흑인 여성을 대통령으로 뽑을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 68%는 '그렇다', 32%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