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각) “화웨이의 반도체 칩 개발 능력이 진전을 보이면서 이 회사가 미국이 세운 장애물을 뛰어넘어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이 만든 칩의 대체재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WSJ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의 최신 프로세서인 '어센드 910C(중국명 성텅 910C)' 출시를 위해 중국의 인터넷·통신회사들이 최근 몇 주간 테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 제품 성능이 엔비디아 H100 칩에 비견될 만하다고 주장한다.
화웨이는 오는 10월부터 어센드 910C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화웨이와 이들 잠재 고객사 간 초기 협상으로 볼 때 주문량은 7만 개가 넘고, 금액으로는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WSJ 등이 전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에 자체 개발 칩을 넣은 고급 스마트폰을 출시해 서방 국가들을 놀라게 했고, 올해 2월에는 급기야 엔비디아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화웨이의 성장을 도왔다는 비판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의 칩 공급 공백을 자체 개발한 AI칩으로 대체할 수 있기에 이르렀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 방침에 따라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사양을 계속 낮춰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 추가 조처를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이전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조처 당시에 규정한 것보다 사양이 낮은 인공지능 칩도 수출을 금지했다. 미 상무부 조처로 엔비디아의 저사양 AI칩인 A800과 H800의 수출이 통제됐다. 이 칩은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 통제를 피하려고 기존 A100 칩의 성능을 낮춘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이에 따라 중국 맞춤형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을 출시했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세미어낼리시스(SemiAnalysis)는 화웨이가 내년에 910C를 130만~140만 개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중국 고객사들은 엔비디아의 H20이 화웨이의 최신 칩보다 더 나은지 확신하지 못해 H20 구매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세미어낼리시스는 올해 중국에서 H20 판매 물량이 100만 개가량 될 것이고, 금액으로 120억 달러(약 16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