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글로벌 게임계 새로운 '큰 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스피에 상장한 2021년부터 3년에 걸쳐 서구권 게임사만 총 22군데 투자하며 미래 IP 확보에 전념하는 모양새다.
키프로스 소재 신생 게임사 에스카톨로지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크래프톤이 주도한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1130만달러(약 153억원)였다.
애스카톨로지는 동구권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온라인 전차 슈팅 게임 '월드 오브 탱크' 개발진이 주축이 돼 2022년 설립한 게임사다. 서부극과 아포칼립스를 결합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1인칭 슈팅(FPS)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올 2분기에만 이같은 신생 게임사 네 곳에 투자, 지분을 확보했다. 에스카톨로지 외에도 '보더랜드', '엘더스크롤' 시리즈 개발진들이 모인 미국의 루커스 게임즈, 폴란드 소재 게임 개발사 파 프롬 홈, 스페인 게임사 피콜로 스튜디오 등 서구권 각지에 '씨앗'을 뿌리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소재 게임사 탱고 게임웍스의 개발진도 영입했다. 탱고 게임웍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 스튜디오의 계열사였다. 2023년 선보인 '하이파이 러시'로 국내외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았으나, 본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법인이 종료돼 게이머들에게 '안타깝다'는 평을 받았던 곳이다.
2021년부터 올 2분기까지 약 3년 동안 크래프톤이 지분 투자한 게임사는 총 27곳이다. 이중 북미 지역 업체는 14곳, 유럽은 8곳으로 서구권 업체만 22개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10명 전후로 구성된 전담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에만 약 350개 전후의 업체와 미팅하며 투자처를 적극 발굴했다.
서구권 중심의 해외 투자와 별개로 인도 시장에선 현지에 특화된 투자전략을 펴고 있다. 올 3월 게임 스타트업 멘토링 '크래프톤 인도 게이밍 인큐베이터(KIGI)'를 론칭했다. 인도 시장 육성 외에도 데브시스터즈와 '쿠키런: 킹덤' 인도 현지 배급 계약을 맺는 등 외부 업체들의 인도 진출을 돕는 '현지 퍼블리셔'로서의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투자 활동은 회사의 슬로건 '크리에이티브 확장(Scale-up the Creative)'과 무관치 않다. 크래프톤은 단순한 지분 투자는 물론 IP 퍼블리싱 권한, 나아가 인수합병(M&A)까지 폭넓게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노운 월즈와 네온 자이언트, 벡터 노스 등 해외 게임사를 여럿 인수했으며 이들 각각의 '크리에이티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독립 스튜디오로 두고 있다. 현재 크래프톤이 영입 혹은 설립한 독립 스튜디오는 총 12곳이다.
세계 각지 중소 게임사를 목표로 한 투자와 M&A, 각 개발사의 독립성 존중 등은 기존 게임계의 큰 손 중 하나인 텐센트의 투자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지분 13.87%를 보유 중인 2대 주주로, 크래프톤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글로벌 배급을 맡은 핵심 파트너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초대 대표를 역임한 오진호 비트크래프트 벤처스 파트너를 영입, 글로벌 퍼블리싱 책임자(CGPO)로 임명했다. 투자를 통해 뿌린 씨들을 '퍼블리싱 역량 확보'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