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자금에 지원된 130억 달러 회수가 언제 가능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인수자금 대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7개 대형 은행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130억 달러를 지원한 뒤 이 돈이 묶여 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계 바클레이스, 일본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 미즈호, 프랑스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SG)도 머스크의 인수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X로 이름을 바꾼 뒤 온갖 기행들로 점철되면서 광고주가 떨어져 나가 수익성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이 때문에 이들은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인수(Buyout)에 돈을 댄 셈이 되고 있다.
머스크는 2022년 10월 X로 이름을 바꾸고 상장을 폐지했다.
이런 인수에 돈을 댄 은행들은 통상 다른 투자자들에게 이 대출을 넘기면서 투자에서 발을 빼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발을 빼려면 이번에는 심각한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X의 재무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머스크에게 인수 자금을 빌려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업계 용어로 결판이 안 나는 '헝(hung)' 상태가 됐다.
대출 자산가치 바닥
머스크가 2022년 10월 440억 달러에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하자 은행들이 대출한 자산 가치는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사상 최악의 대출이 될 판이다.
피치북 LCD에 따르면 트위터 대출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오랫동안 '헝' 상태에 묶여 있다. 그 이전에는 이보다 더 오래 묶인 대출이 있기는 했지만 당시 은행들은 대개 1년 안에 이 대출을 판매하거나 대손 처리했다.
트위터, 역대 최악 투자 가운데 하나
스티븐 카플란 시카고대 재무학 교수는 트위터가 금액 면으로 역대 최대 '헝' 대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카플란 교수는 "이전 그 어떤 헝 대출보다도 트위터 인수 자금 대출은 은행들에 훨씬 더 오래 대출로 잡히면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은행들에서 빌린 돈 200억 달러로만 기업을 인수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인수 기업이 약 1년 뒤 파산하는 바람에 이 대출은 은행들 대차대조표에서 상각 처리됐다. 트위터 대출처럼 상각도 못 하고, 그렇다고 다른 이에게 대출을 넘기지도 못하는 '헝' 상태가 2년 가까이 지속된 적은 없다.
은행들이 당시 위험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머스크조차 트위터가 고평가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들은 세계 최고 부자 머스크가 달려든 사업에 발을 담그지 않을 배짱은 없었다.
머스크를 비롯해 일부 투자자들이 트위터 인수에 약 300억 달러를 쏟아부은 터라 여기에 13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이 그리 나쁜 선택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카플란에 따르면, 은행들은 손실을 보고 이 대출을 매각할 수 있었지만 계획대로만 되면 궁극적으로 2배 수익을 낼 수 있는 이 대출을 포기하지 못했고, 결국 물려버렸다.
X 기업 가치는 머스크 인수 2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그가 인수하던 시기의 반토막도 안 되는 190억 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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