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EV 차량,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美서 판매 급증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생산을 늘리고 있다. 사진=CARPUT

미국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면서 그 대안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이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각)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기대만큼 크지 않아 전기차 생산을 줄이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PHEV는 내연기관과 전기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하는 차량으로 한 번 충전해 20~40마일(약 64㎞)을 달릴 수 있다. PHEV는 약 10년 전에 출시됐으나 최근까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동력을 전달하는 2개의 장치가 있어야 하는 복잡한 기술 등으로 인해 PHEV 생산에 주력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모델이 많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증가세를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PHEV 모델은 모두 47종으로 2019년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났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미국에서 PHEV 판매는 1년 전 동기 대비 59%가 증가했고, 2022년에 비하면 2배가 늘어났다. 그렇지만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중국 시장에서는 올해 이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15%가량에 이를 것이라고 WSJ가 전했다.

WSJ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기가스 기준 등에 맞추기 위한 전기차 생산 확대에 앞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생산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포드 자동차다.

포드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감수하며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섰다. 포드는 대형 차량인 3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같이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모델은 과감히 생산 계획을 포기하기로 했다. 익스플로러와 같은 인기 있는 3열 SUV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2025년 양산하려다가 출시 시기를 2027년으로 2년 연기했다가 이번에 아예 출시 계획을 백지화했다. 포드는 그 대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빅3 자동차업체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는 과거에 정부의 연비 기준 규정 위반으로 거액의 벌금을 물고 난 뒤 올해부터 PHEV 생산을 늘리고 있다. 폭스바겐도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보다 PHEV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전기차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관심을 보인다고 WSJ가 전했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정부도 PHEV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면 PHEV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전기차에 관한 관심이 퇴조하면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초 한때 생산을 중단했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다시 출시하기로 했다. GM은 지난 2019년 PHEV를 단종하고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지 5년 만에 다시 전략을 수정했다. GM의 새 PHEV는 오는 2027년께 시장에 나온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현재 자동차의 평균 연비(리터당 16.2㎞)를 2026년까지 45%(리터당 23.4㎞)로 향상하도록 자동차 제조업체에 요구했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31억t의 이산화탄소 방출을 막을 수 있고 전국에서 휘발유 소비를 연간 15% 줄일 계획이다. EPA는 새 규정을 준수하는 데 PHEV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