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닛케이는 호주커먼웰스은행(CBA) 자료를 인용해 기록적으로 낮은 주택 공실률로 호주의 임대료가 연율로 약 9% 상승해 2008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리서치 회사인 SQM에 따르면 호주 전국 부동산의 주간 매물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90% 상승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도메인(Domain)에 따르면 지난 6월 호주 주요 도시의 주택 중간 가격은 110만 호주 달러(74만 달러·약 9억9000만 원)에 달했다.
CBA는 치솟는 임대료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절약하기 위해 공동주택 형태에 살거나 친척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CBA에 따르면 현재 15세 이상의 호주인들 중 약 5%가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다. 이는 2020년 4%에서 증가한 것으로, 인구수로는 20만 명이 증가한 것이다. 동시에 동거인과 단둘이 사는 인구의 비율은 급격히 감소했다.
CBA는 "주거비와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으로 커플들이 함께 독립하는 대신 부모 집이나 셰어하우스에 머무는 선택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가족 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구 압력이 완화되면서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부동산 분석 회사인 코어로직의 8월 자료에 따르면 호주의 전국 임대료 상승률은 7월에 0.1%로 둔화하며 지난 5년 동안 39.7%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닛케이는 그렇지만 인구 2600만 명의 호주가 계속해서 심각한 주택 부족 문제와 씨름하는 상황에서 임대료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세제와 주택 정책, 건설 제약과 노동력 부족, 인구 증가, 토지 구획 문제 및 인구 통계 변화의 조합으로 인해 주택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멜버른 디킨 대학의 주택(HOME) 전략 연구 및 혁신 센터 공동 책임자인 리처드 터커는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수십 년에 걸친 정책 결정과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많은 호주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주택 비용이 상승한 데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임대료 상승 문제가 내년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치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는 2029년까지 120만 호의 주택을 건설하고 기타 다양한 지원 조치 시행을 목표로 하는 '호주를 위한 주택(Homes for Australia)' 계획에 320억 호주 달러(약 28조80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는 그동안 진척이 더딘 ‘임대용 주택 건설(BTR·Build-to-Rent)’ 프로젝트를 임대료 상승 문제 해결책으로 내세워 왔다. 언스트앤영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BTR 부문은 주거용 주택 총가치의 약 0.2%인 168억 호주 달러로 평가됐다. 이는 영국의 5.4%, 미국의 12%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높은 차입 비용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2024 회계연도에 BTR 유닛 착공이 19% 감소하는 등 진전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주통계청(ABS)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에 주택 승인 및 착공 건수는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높은 금리와 값비싼 건축 자재 및 인건비가 건설 산업, 특히 아파트 개발에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호주 가구의 약 3분의 1이 현재 월세를 내고 있고, 3분의 1은 주택 담보 대출을 갚고 있으며, 3분의 1은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주택 환경은 세대 간 격차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령층은 주택을 소유하고 가격 상승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 자기자본이 적은 신규 주택 보유자는 높은 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서버브트렌즈(Suburbtrends)에 따르면 세입자들은 평균적으로 소득의 30%를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어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이다.
멜버른 디킨 대학의 터커는 장기적으로 저렴한 주택의 부족은 건강과 고용 상황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하며 세대 간 빈곤을 고착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