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처음으로 선보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지난 2022년 출시돼 대박을 터뜨린 이후 전세계가 바야흐로 최첨단 AI 전성시대에 들어선 분위기다.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는 움직임도 활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I발 기술혁명에 따른 산업 자동화의 획기적 발전으로 사람의 일자리가 잠식될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 불가피하게 초래할 윤리적 문제와 더불어 AI 개발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의 수립이나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놓고도 논란이 한창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전성시대가 온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美 인구조사국이 120만개 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일(현지시각)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문제의 보고서는 미 인구조사국이 최근 펴낸 AI 기술 활용 실태와 미국 경제계 동향 및 전망에 관한 연구 보고서다.
최근 들어 민간 업체들이 AI와 관련한 보고서를 더러 펴낸 적은 있으나 이번 보고서는 미 연방정부 부처가 120만 곳에 달하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 초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실증적으로 확인된 사실 가운데 가장 먼저 이목을 끄는 대목은 미국 기업들의 AI 기술 도입 실태다.
미 인구조사국이 조사한 120개에 달하는 미국 기업 가운데 AI 기술을 업무 현장에 적용한 경우가 지난 2월 기준으로 전체의 5.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AI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가정해 낙관적으로 전망하더라도 올 3분기 기준 비율은 6.6%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AI 열풍이 매우 뜨거운 것처럼 일반에 알려져 있지만 정작 첨단 AI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은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남들이 첨단 AI 기술을 업무에 적용한다고 해서, 최신 유행이라고 해서 따라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 업무 분야가 어떤 것인지를 면밀히 파악한 뒤 결정을 내리는 접근이 기업체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과대포장된 생성형 AI의 활용성
보고서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챗GPT로 상징되는 생성형 AI의 활용도가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직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기업체의 80%가 도입하지 않는 이유로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 업무 분야를 아직 찾지 못해서”라고 답했다는 것.
이는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생성형 AI 기술이 업무 향상이나 개선을 위해 필요한 분야가 아직은 일반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은 미미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AI가 사람의 일을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실제로는 과장된 측면이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 참여한 미국 기업들의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94.6%가 “AI 기술을 업무에 적용한 뒤와 적용하기 전의 고용 인력에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일선 업무에 적용했다고 해서 눈에 띄게 없어진 일자리나 특별히 새로 생겨난 일자리도 없었다는 얘기인 셈이다.
보고서는 첨단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기업 조직의 대대적인 정비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아직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50.5%가 “AI 기술 도입을 계기로 조직 편제를 바꿀 일은 없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는 첨단 AI 기술이 아직은 근본적인 업무 환경 변화를 초래하기보다는 부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