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터줏대감 골드만삭스는 27일(현지시각) 밤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가 무너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국 최대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은 같은 날 2050년까지 석유 수요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투자를 게을리할 경우 공급 쇼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80달러 붕괴
골드만은 27일 밤 공개한 분석 노트에서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은 내년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배럴당 5달러 낮은 70~82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위값은 배럴당 77달러다.
전 세계 석유 공급이 증가하는 반면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 중국의 수요가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석유 공급 증가는 주로 미국의 셰일석유 공급 확대가 그 기반이 될 전망이다.
미 석유·액화천연가스(LNG)가 예상보다 더 많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골드만은 내다봤다.
아울러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가 올 4분기 예정대로 증산에 나서면 석유 시장에 남아도는 석유가 더 많아지고 유가 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골드만은 예상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수요 둔화가 핵심이었다.
중국이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차량용 석유 수요가 줄고, 이에 따라 중국의 석유 수입이 내년에 올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골드만은 전망했다.
석유 공급이 확대되는 가운데 수요가 올해와 같은 수준을 보이면 석유 시장이 초과 공급 상태에 빠져 유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오일쇼크 대비해야
반면 석유메이저 엑손은 다른 예상을 내놨다.
전기차 확대로 차량용 석유 수요가 줄어든다고 해도 산업 부문 석유 수요가 늘면서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어서 석유 수요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엑손은 전망했다.
엑손은 26일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향후 25년에 걸쳐 지금처럼 하루 1억 배럴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양광부터 풍력·조력 등에 이르기까지 재생가능 에너지가 각광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통한 에너지 전환은 실패로 끝날 것이란 예상이다.
엑손은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고, 탄소포집 등 신기술에 힘입어 205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은 25%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205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15% 증가하고, 이에 따라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도 역시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엑손은 이런 전망을 토대로 수요 감소를 예상해 석유 투자를 게을리할 경우 조만간 전 세계가 석유 공급 부족에 따른 오일쇼크를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같은 석유 메이저라고 동일한 전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석유 메이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2050년이 되면 하루 1억 배럴을 넘던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7500만 배럴로 25% 넘게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석유 소비국들의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각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배출 감축 약속을 지킨다면 2050년에는 전 세계 하루 석유 수요가 5480만 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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