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유틸리티 업체들이 지난해에만 정부 당국에 12개 노후 원자로의 사용 허가 연장 신청을 했다”면서 “미국에서 현재 가동 중인 94개 원자로의 거의 전부가 60년 이상 사용 연장을 했고, 이 중 2기 원자로는 80년을 연장함으로써 기존 허가 기간을 2배로 늘렸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국에서 22개 원자로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폐로(폐기 처분·decommissioning) 절차에 들어간 상태였으나 스리마일섬 1호 원자로 등을 포함해 상당수의 원자로가 재가동에 적합하다는 게 관련 산업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폐쇄 원자로 재가동 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팰리세이드 원전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미시간주는 이 원전 재가동을 위해 현재 20억 달러를 투입했고, 이 원자로가 재가동되면 미국과 세계에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WSJ가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3월 이 원전 재가동을 위해 152억 달러의 대출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원전 부활을 위해 직접 대출 지원을 한 것은 800메가와트(㎿) 규모의 이 원전이 처음이다. 이 발전소는 엔터지사(社)가 재정난을 이유로 2022년 5월에 폐쇄했고, 홀텍사가 그해에 인수해 재가동을 추진해 왔다. 이 원전은 2025년 말에 재가동될 예정이고, 최소한 오는 2051년까지 운영된다. 팰리세이드 원전은 냉각시스템 누출이 발견돼 2022년 5월 예정된 날짜보다 약 2주 일찍 폐쇄됐었다.
그러나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건설된 조지아 발전소의 보글(Vogtle) 원자로 3호기와 4호기가 올해 4월부터 상업용 전력 생산에 착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원전 건설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원전 부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부분 원자로는 1970~1990년 건설됐고, 1979년 3월 28일 펜실베이니아주 미들타운 근처의 스리마일섬에서 사고가 발생한 후 원전 추가 건설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1979년부터 1988년까지 67개의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미국은 지난 7월 원전 관련 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등 원전 확대에 힘을 싣는 초당적 법률을 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한 '원전 배치 가속화 법(ADVANCE Act)'은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신규 원자로에 대한 환경 검토 절차를 간소화하고, 허가를 받기 위해 원전 업체가 내야 하는 수수료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은 입법 단계에서부터 민주당·공화당 양당 모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미국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전 설비 용량을 최소한 3배로 늘려야 한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판단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세계 원자력 발전의 발전 능력이 6년 만에 역대 최대가 됐다. 일본 원자력산업협회는 지난 6월 기준으로 세계의 원자력 발전은 436기, 발전 능력은 약 4억1600만㎾로, 종전 역대 최대인 2018년 4억1445만㎾를 넘었다. 올해 6월 현재 한국과 중국, 미국, 인도에서 4기(총 453만㎾)가 운전을 시작한 것을 비롯해 지난 10년 동안 원자로 70기가량이 신설돼 발전 능력은 약 6% 증가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