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중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 수입품에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차기 미국 정부가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려고 관세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에 따른 통상 마찰이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IEEPA에 근거해 10~20% 보편 관세를 실행할 수 있고, 4년 내 중국산 필수품 수입품을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공약도 이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모든 외국산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연간 3조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관세가 붙는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연방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면 보편 관세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법제화할 수 있다고 폴리티코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에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 2기를 시작하면 1기 당시에 비해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배로 늘리려 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에 철강, 태양광 패널, 세탁기, 중국산 스마트 시계, 화학 제품 등에 걸쳐 모두 4000억 달러(약 555조 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했다. 집권 2기에 이를 10배로 늘리면 그 규모가 4조 달러(약 5550조 원)에 달한다. 트럼프 참모진은 차기 정부에서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이를 ‘법제화(legal justification)’하는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헌법은 대외 무역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부여하고 있어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들은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광범위한 법적 권한 확보 방안을 찾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직 관세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관세를 ‘전 국민 매상세’라고 비판하면서 중산층 가정이 지급해야 할 비용이 연간 4000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정책을 그대로 계승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철강, 의료기기 등 일부 중국산 제품에 총 180억 달러 상당의 새로운 관세를 제안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하면 바이든 정부의 이런 대외 무역 정책 기조를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