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한때 고품질의 혁신적인 내연기관차로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던 독일 자동차 산업이 격변기를 거치면서 국가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PMG의 자동차 글로벌 책임자인 안드레아스 리스 박사는 논평에서 ”140년 가까이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 시장을 선도하며 판매나 경쟁에 대해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 이는 낯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비단 폭스바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동차 사업부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연간 이익 마진 전망치를 낮췄고, BMW 자동차 부분은 2분기 이익 마진이 예상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포르쉐는 특수 알루미늄 합금 부족을 이유로 2024년 실적 전망을 낮췄다.
CNBC는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이 지난해 이후 경기침체로 흔들리는 독일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2분기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1% 감소헀다.
KPMG의 리스는 "'독일 자동차 업계가 기침을 하면 독일 전체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현재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전국에 걸쳐 수천 개의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산업으로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도전
전문가들은 다양한 요인이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대변인은 CNBC에 "우리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여기에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긴장과 국가 및 유럽 차원의 높은 관료적 요구 사항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의 실적 부진과 전기차로의 전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주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호르스트 슈나이더 유럽 자동차 리서치 책임자인 는 "전기차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다"면서 "수요는 예상보다 적었고 경쟁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슈나이더는 중국에서 자동차 시장이 회복되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반등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도 독일 자동차 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슈나이더는 독일 전기차는 너무 비싼 반면 중국 제품은 어떤 면에서는 성능이 더 좋고 가격은 더 저렴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간의 무역 및 수입 관세를 둘러싼 긴장도 부담 요인이다.
슈나이더는 "독일 생산업체들은 무역 정책에 매우 노출되어 있다“면서 ”이전에는 수익의 40~50%가 중국에서 발생했지만, 중국 시장이 조금씩 닫히기 시작했고 독일은 내연기관 자동차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은 전기차의 비중이 훨씬 더 높다“면서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이중고’로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의 전기차 보조금 프로그램 종료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독일 정부는 전기차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세금 감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개선 전망
KPMG의 리스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빛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이 예상보다 오래 사용될 가능성이 크고 내연기관차 판매가 다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VDA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생산 여건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VDA 대변인은 "규제 대신 정치 개혁, 즉 세세한 관리 대신 실용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시장 지향적 경제 정책과 산업 정책을 형성하는 현대적 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상황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계속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BofA의 슈나이더는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올해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가이던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금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가이던스를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에 3분기 이익 경고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