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일각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빅컷(50bp 금리 인하)’에 나서면 캐리 거래 청산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윌슨은 투자자 메모에서 "엔 캐리 거래의 청산은 여전히 시장 배후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미국 단기 금리의 급격한 하락은 엔화의 추가 강세를 유발해 위험 자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3월에 이어 7월 하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자 엔 캐리 거래 청산이 가속화되며 지난달 5일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경험한 바 있다.
BK애셋매니지먼트의 캐시 리엔 외환 전략 매니징디렉터도 엔 캐리 거래의 청산이 9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대규모 매도세가 또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리엔 전략가는 CNBC에 출연해 "미국 채권 수익률 하락과 달러화 하락 추세가 일본 엔화 가치를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미 금융시장 전반에 리스크 오프(Risk-off·위험회피) 분위기가 강하고, 이는 이미 목도한 캐리 거래의 지속적인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화를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은 주가를 주시하면서 증시에서 힌트를 얻을 것"이라며 "9월은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큰 달"이라고 강조했다.
캐리 거래는 저금리 통화로 자금을 차입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거래다. 2022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투자자들이 초저금리인 일본 엔화로 자금을 빌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미국 등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거래’가 활발히 진행됐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초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한 뒤 캐리 거래의 75%가 청산됐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캐리 거래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보수적인 전망이 더 우세하다. 로이터 추산에 따르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8월의 주식시장 폭락 이후 엔 캐리 거래 규모가 최대 4조 달러에 달했다고 추정했다.
올해 여름 주가 하락을 정확히 예측한 모건스탠리의 윌슨은 "연준이 더 이상 금리 인하에서 뒤처지지 않았다고 채권시장이 믿기 시작하고, 성장 지표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거나 추가적인 부양 정책이 도입될 때까지는 주식시장의 랠리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 주 17~18일로 예정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시장 변동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LSEG에 따르면 미국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이달 연준의 25bp 금리 인하를 완전히 반영하고 있다. 25bp 이상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지난 6일 한때 50%에서 이날 29%로 낮아졌다. 트레이더들은 또한 연준이 연내 약 100~113b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남은 세 차례 회의에서 최소한 한 차례는 25bp 이상의 대규모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