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 지표들로 볼 때 연준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급격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채권 시장 지표는 주식 시장에 대형 악재가 될 전망이다.
스프레드, 금융위기 이후 최대
10일(현지시각) 배런스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 인하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빨간 불이 채권 시장에 켜졌다.
이른바 스프레드이다.
단기 금리 기준물인 미 2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은행들이 다른 은행에 돈일 빌려줄 때 적용하는 오버나잇 금리인 유효연방기금금리(EFFR) 간 차이를 나타나낸 스프레드가 과도하게 확대됐다는 것이다.
배런스에 따르면 이 스프레드는 지난 6일 현재 마이너스(-)1.679%포인트에 이르렀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월 기록한 -1.827%포인트 이후 최고 수준이다.
스프레드는 9일 소폭 좁혀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1.664%포인트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2년물 수익률은 시장의 단기적인 금리 전망을 반영한다.
연준이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팬데믹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하락하고 있다.
EFFR은 조금 다르다.
EFFR은 은행들이 다른 은행들에 초단기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평균 금리를 나타낸다. 현재 시장에서 적용되는 금리인 셈이다.
급격한 금리 인하
이전 경험으로 보면 스프레드 확대는 연준이 앞으로 수년에 걸쳐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강력한 믿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시장 예상 금리와 실제 금리 간 차이를 나타내는 스프레드가 지금처럼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벌어졌다는 것은 현 상황이 최근 수년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채권 시장에서는 연준이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응해 대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공격적인 금리 인하 전망이 필연적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가 뒤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처럼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진 이유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금융위기 당시와도 사정이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는 이른바 '대차대조표 불황'으로 불린다.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부채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돈이 돌지 않아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지금은 가계나 기업 모두 부채 규모가 특별히 크지 않아 '대차대조표 불황' 가능성은 낮다.
돈이 빠져나간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디그래프는 8일 분석 노트에서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디그래프는 "2년물 국채 수익률과 연방기금(FF) 금리 간 스프레드가 가장 최근의 대차대조표 경기침체 기간이었던 2008년 당시에 육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은 대차대조표 경기침체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신용 스프레드가 이제 확대되기 시작한 데다 일본 엔화가 상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디그래프는 신용 스프레드 확대와 엔 강세는 모두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가리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신용 스프레드는 신용등급은 다르지만 만기가 유사한 채권 간 수익률 격차를 말한다. 투자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된다.
디그래프의 경고처럼 금융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시중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연준의 오버나잇 역레포 기금 규모는 1년 전 1조5000억달러에서 9일 현재 2억9200만달러로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연준 오버나잇 역 레포 기금은 머니마켓펀드(MMF)를 비롯해 금융 기관들이 여윳돈을 맡기는 곳이다.
비록 다른 지표들에서는 아직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오버나잇 역 레포 기금 지표로만 보면 유동성 축소 흐름이 시작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근 엔 강세로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주식 시장을 뒤흔든 것 역시 유동성 감소의 방증이다.
증시에 악재
스프레드 확대가 심각한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것이건 유동성 감소를 나타내는 것이건 주식 시장에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주식 시장이 대폭락했던 2001년 1월 닷컴 거품 붕괴 당시와 금융위기 초기 단계였던 2007년 11월 스프레드는 -1.5%포인트를 초과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비관적이지는 않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1979년 이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스프레드가 -1.50%포인트를 넘어선 12개월 뒤에는 평균 11.3% 급등했다.
올해에는 미 대선이 껴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S&P500 지수는 대선이 있는 해에는 상승했다.
2016년에는 9.5%, 2020년에는 16% 상승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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