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매체 세마포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AI용 칩을 수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거론된 모델은 엔비디아의 최신 AI칩인 H200이다. 사우디 정부는 H200의 출하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수출 정책은 기관의 엄격한 심사 대상"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이 등장했다. AI용 시스템 구성에는 칩과 HBM이 필수적인데, AI용 칩이 수출된다는 것은 HBM도 수출된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할 수 있다면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막대한 HBM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국 시장에서 잃은 손실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얻은 매출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할 수 있는가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 중인 기업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기 위해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실시 중이지만 아직 통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는 넘치는 AI칩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줄 HBM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여전히 AI칩의 수요가 탄탄하고 최신 AI칩인 '블랙웰'의 수요가 탄탄하다고 밝혀 AI칩 시장의 미래 전망도 밝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퀄테스트 통과도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최근 로이터 통신을 비롯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해 HBM3E 8단의 공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마이크론도 최근 HBM3E 12단 제품을 출시하고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다고 밝혀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퀄테스트 결과 발표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퀄테스트는 고객사가 원하는 사항에 맞춰 제품을 커스텀하는 과정"이라면서 "엔비디아도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사 추가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