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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생존 넘어 '정치적 딜레마'로…11비트 '프로스트펑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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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생존 넘어 '정치적 딜레마'로…11비트 '프로스트펑크 2'

2018년작 '프로스트펑크' 30년 후 이야기
전작 대비 규모 확대…'의회' 콘텐츠 추가

'프로스트펑크 2' 오프닝 영상 갈무리. 사진=11비트 스튜디오이미지 확대보기
'프로스트펑크 2' 오프닝 영상 갈무리. 사진=11비트 스튜디오

19세기에 갑자기 닥쳐온 빙하기로 온 세상이 얼어붙는다. 사람들이 믿을 것은 추위를 막아줄 석탄 발전기 뿐이다. 발전기를 관리하는 지도자가 된 당신은 노동 환경, 아동 복지, 의료 등 여러 방면에서 효율을 우선시할지, 희망을 주기 위해 비효율적인 정책을 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불만에 찬 시민들을 보며 마음 한 켠에는 "차라리 독재자가 돼서 희망을 '주입'시켜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집단의 지도자로서 '선택의 딜레마'를 헤쳐나가야 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스트펑크'의 핵심 콘텐츠를 요약한 말이다. 2018년 출시된 이 게임의 후속작 '프로스트펑크 2'가 6년 만인 오는 9월 21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프로스트펑크 시리즈는 폴란드의 게임사 11비트 스튜디오가 개발했다. 2010년 설립된 이 게임사는 갑작스런 내전에 휘말린 민간인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를 그린 2014년작 '디스 워 오브 마인', 차기작으로 개발 중인 복제인간 생존 시뮬레이션 '디 알터스'까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몰입감 있게 묘사하는 곳으로 게이머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프로스트펑크 2' 오프닝 영상 갈무리. 사진=11비트 스튜디오이미지 확대보기
'프로스트펑크 2' 오프닝 영상 갈무리. 사진=11비트 스튜디오
신작 프로스트펑크 2는 원작 프로스트펑크에서 30년이 흐른 후의 세계를 그린 게임이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총 5장에 걸쳐 진행되는 시나리오 캠페인과 이용자 임의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일반 모드 '유토피아 빌더'를 플레이할 수 있다.

시나리오는 구체적으로 △새로운 자원 '석유'를 찾아내는 '1장: 석탄의 끝' △석유와 석탄, 증기 등 화석 연료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선택하는 '2장: 야망' △다른 도시를 개척하는 '3장: 윈터홈으로 돌아가기' △이주민과 원주민 등 여러 파벌의 갈등 속에 위험한 폐허를 수색하는 '4장: 탐욕' △내전으로 번진 도시의 갈등을 수습하는 '5장: 낙원의 꿈'으로 구성된다.

플레이 방식은 큰 틀에서는 원작과 비슷하다. 기후·식량·자원 문제에 대응하며 시민들의 사기(희망)를 유지하고 공동체를 지속 경영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다. 얼어붙은 땅을 개척하고 건물을 지어올리며 다양한 기술을 연구해 더욱 강해지는 한파에 대응해 살아남아야 한다.

'프로스트펑크 2' 시나리오 1장 '석탄의 끝' 플레이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프로스트펑크 2' 시나리오 1장 '석탄의 끝' 플레이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이원용 기자

프로스트펑크 2가 원작에 비해 달라진 점으로 규모를 들 수 있다. 수백명, 적게는 수십명 수준의 공동체를 경영했던 원작과 달리 시작부터 수천명의 시민 집단을 이끌게 됐다. 석탄을 넘어 석유, 증기까지 다양한 자원 확보를 위해 외부로 개척해나가야 하며, 이는 다른 도시와의 접점으로도 이어진다.

규모감과 더불어 나타나는 주민들의 파벌과 이들을 조율하며 정책을 의결하는 '의회'는 이번 작의 핵심 차별점이다. 법령 제정에 따라 도시의 상태와 희망에 영향이 가는 수준이었던 전작과 달리 여러 파벌에서 대표들을 파견한 의회가 존재한다. 총 100명의 의원이 존재하는 의회에서 과반수인 51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법령을 제정할 수 있다.

시나리오 캠페인에선 '방랑자', '영구동토인', '뉴 런던인' 등 시민 세력과 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정치적 급진파인 '충성파'와 '신앙수호자'들이 등장한다. 일반 모드의 경우 6대 세력(채집자·기계공·귀족·사상가·상인·노동자)과 이들에게서 파생된 급진파들이 존재하는데 발전기 외곽의 생존주의자 '채집자' 세력과 이들의 급진파인 '냉혈종', 기술자 파벌 '기계공'과 이들 가운데 급진적인 '기술관료'가 존재하는 형태다.

'프로스트펑크 2' 시나리오 1장 '석탄의 끝' 플레이 중 시민들의 파벌을 확인하는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프로스트펑크 2' 시나리오 1장 '석탄의 끝' 플레이 중 시민들의 파벌을 확인하는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이원용 기자

의회는 다양한 세력의 대표들이 공존하는 만큼 이들과 협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시 외부로 나아갈 정찰대의 장비를 기계화하는 법령의 경우 '기계공' 파벌은 무조건 찬성, '채집자' 파벌은 무조건 반대로 협상의 여지가 없으나 그 외 파벌은 중립을 지킨다.

도시의 지도자를 맡은 주인공은 법안의 안정적 통과를 위해 중립 세력과 협상해야 한다. 재정적 후원이나 타 법안의 제시·통과 권한, 때로는 기존 시설의 철거나 법안의 공표 취소 등을 요구한다.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받아들여도 약속을 이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할 수 있으나, 그 뒷감당 또한 오롯이 이용자의 몫이 된다.

지도자가 독재자나 신세계의 신이 되는 등 소위 '선을 넘는' 법률들 또한 '지배'라는 카테고리로 구현됐다. 과반수가 아닌 3분의 2를 넘는 인원이 찬성해야만 통과될 수 있는 법안들로 시위를 강제 진압하는 '경비대 집행관'과 더불어 '계엄령', '비밀 경찰' 등 독재정권에 어울리는 법안들을 볼 수 있다.

프로스트펑크 2 내 의회의 모습. 사진=11비트 스튜디오이미지 확대보기
프로스트펑크 2 내 의회의 모습. 사진=11비트 스튜디오

도시의 규모가 커지고 의회를 통한 정치적 선택이 주요 콘텐츠가 되다 보니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원작은 작은 공동체를 테마로 하는 만큼 일반 시민들이 노동하고, 휴식하며, 장례식과 축제 등에 참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스트펑크2에선 이러한 '잔재미'는 의회 바깥에선 찾기 어려워졌다.

프로스트펑크 2는 '빙하기에서 살아남기'라는 핵심 콘텐츠는 유지하되 공동체의 생존에 집중했던 원작의 범위를 보다 넓혔다. 특히 '정치적 딜레마'라는 독특한 콘텐츠가 더해진 만큼 보다 색다른 전략적 사고를 즐기고자 하는 게이머에게 적합하다.

게임은 오는 9월 21일부터 PC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디럭스 에디션 구매자에 한해 18일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플레이 가능하다. 이용 등급은 15세 이상으로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콘솔 버전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