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는 기준금리 동결을 8대1로 가결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한 명의 위원은 25bp의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MPC는 지난달 팬데믹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바 있다.
MPC는 이어 영국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났지만, 올해 들어 부진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하반기에 분기당 0.3% 안팎의 성장률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영란은행의 이번 결정은 이코노미스트들과 투자자들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했고, 이후 영국 파운드화는 미국 달러 대비 2022년 3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성명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길은 물가 압력이 계속 완화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너무 빠르거나 너무 많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영란은행이 다음 회의인 11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으나 은행은 다음 회의에서의 금리 인하를 명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
블룸버그는 향후 정책 완화에 대해 영란은행이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면서 11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약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책회의 이후 금융시장은 연내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 폭을 금리 동결 이전의 50bp에서 42bp로 축소 반영했다. 영국 국채인 길트 10년물 수익률은 4bp 상승한 3.89%를 기록했다.
MPC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지만, 영국 경제의 약 80%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의 물가가 8월에 5.6%로 상승하는 등 다양한 지표를 평가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임금 상승률도 7월까지 3개월 동안 2년여 만에 최저치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5.1%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베일리 총재는 인터뷰에서 서비스 부문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점에 대해 낙관적이지만, 우리는 더 많은 증거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딘 터너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동결은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사이클 시작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취할 것이라는 우리의 견해와 일치한다”면서 “영국 경제가 스트레스 징후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책 입안자들이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터너는 영란은행이 11월에 두 번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MPC는 또한 양적긴축(QT)에 대해 만장일치로 연간 1000억 파운드(1330억 달러·177조 원)의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