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지역 항만 노동자들의 당초 예고한대로 1일(이하 현지시각) 파업에 들어가면서 이번 파업이 항만을 통한 수입 물량이 막대한 미국 유통업계에 미칠 악영향에 시선에 쏠리고 있다.
총 36개 항만에서 일하는 약 4만5000명의 근로자들이 참여한 이 대규모 파업은 지난 197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월마트, 이케아, LG전자·삼성전자 미국법인, 홈디포 등 가장 큰 타격 예상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의 수출입 무역거래 정보데이터 업체인 임포트지니어스가 파악한 자료를 토대로 소비재 기업들 가운데 어느 업체들이 주로 이번 파업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지 분석했다.
악시오스는 이들 업체가 미국 동부지역 항만을 통해 외국에서 들여오는 제품·부품·자재 등이 미국 기업들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임포트지니어스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간 이들 항만을 통한 미국 기업들의 수입물량을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월마트의 경우 5만7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해 으뜸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 다음으로 LG전자 미국법인이 5만4400TEU로 2위를 기록했고 이케아가 4만2900TEU로 3위, 삼성전자 미주법인이 3만7800TEU로 4위, 밥스디스카운트퍼니처가 2만6500TEU로 5위, 홈디포가 2만1200TEU로 6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미국 동부와 서부의 주요 항구들을 통해 수입된 물량은 249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파업 규모에 따라 내년까지 美 유통업계 영업 차질 이어질 수도
악시오스는 “이번 파업은 특히 유통업체들 입장에서 연중 최대 대목에 해당하는 연말 쇼핑시즌 초입에 시작돼 유통업계가 대란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10월부터 12월까지는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 먼데이, 성탄절 등이 몰려 있는 미국 최대 쇼핑시즌이다.
조너선 골드 NRF 공급망 담당 부회장은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파업 자체가 시작된 것도 큰 걱정이지만 이번 파업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우려했다.
골드 부회장은 “항만 한 곳에서 하루만 조업이 중단되더라도 파업이 끝난 뒤 유통업계의 영업이 정상화되는데는 통상 3~5일 정도나 걸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연말 쇼핑 시즌 돌입에 앞서 판매 물량의 약 60%를 미리 비축해두는 것이 미국 유통업계의 통상적인 관례인데 이번 파업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골드 부회장은 “이번 파업의 규모에 따라 그 여파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존 테일러 LG전자 미국법인 홍보담당 수석부사장도 “이번 파업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에 따라 유통업계의 타격이 좌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JP모건 “매일 6조6000억원 경제적 손실” 전망
미국 경제도 이번 파업으로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통신이 JP모건의 분석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날부터 총 36개 항만에서 파업이 시작될 경우 매일 약 5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의 손실이 미국 경제에 가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로이터는 특히 미국농업인연맹(AFBF)의 자료를 인용해 배로 수출되는 미국 농산품의 약 14% 정도가 이번 파업으로 차질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업이 1주일만 지속되면 3억1800만 달러(약 4200억 원) 상당의 농산품이 해외로 수출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