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서 가장 위대한 타자 두 명을 꼽으라면 베이브 루스와 윌리 메이스를 택하고 싶다. 굳이 한 명이 아닌 두 명을 선택한 이유는 이 둘의 서로 다른 스타일 때문이다.
베이브 루스는 장타력의 개념을 바꿔놓은 타자다. 통산 714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투수로도 20승 이상을 두 번이나 기록했다. 윌리 메이스는 역대 가장 완벽한 선수였다.
통산 660개의 홈런과 339개의 도루를 남겼다. 명품 수비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만약 1953년 군 입대 공백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홈런 수에서 루스를 능가했을 지도 모른다.
이들과 견줄 수 있는 타자는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통산 762개의 타구를 담장 너머로 날려 보낸 배리 본즈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금지약물로 무리하게 근육을 키운 가짜였다. 긴 기다림 끝에 나타난 선수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다.
그는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으로 불린다. 실제 그의 야구 인생은 흡사 만화 같다. 2018년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서 메이저리그로 옮길 때 많은 전문가들이 그에게 투수에 전념하라고 권유했다.
일본에서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겸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서는 그런 객기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렸다. 오타니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오기가 아니라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첫해 오타니는 4승 2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타자로는 타율 0.285 홈런 22개, 타점 61개를 남겼다. 이만하면 투·타 겸업이 가능했다. 여기까지는 만화의 1편에 불과했다.
2021년 오타니는 만장일치로 MVP에 뽑혔다. 9승 2패, 홈런 46개 타점 100개. 투수 성적과 타자 성적을 따로 분리해도 ‘엄지 척’을 받기에 손색없는 기록이었다.
2022년엔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능력을 과시했다.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 탈삼진 219개. 홈런 34개와 95타점은 끼워주기 상품이었다. 2024년엔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만장일치 MVP를 획득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역대 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10년 7억 달러(약 9441억 원)를 받고 LA 다저스로 옮겼다. 팔꿈치 부상으로 타자로만 출전한 올해 사상 처음으로 ‘50(홈런)-50(도루)’ 클럽에 덜컥 가입했다.
120년 동안 오직 5명의 타자만 ‘40-40’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대부분 금지약물의 힘을 빌렸다. 완벽한 선수 윌리 메이스는 두 차례 50홈런을 기록했지만 한 시즌 도루 최다는 40개(1956년)에 그쳤다.
도루는 스피드만 빠르다고 되지 않는다. 일본프로야구 도루왕 후쿠모토 유타카는 숱한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13년 연속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를 견제하기 위해 1969년 멕시코 올림픽서 남자 100m 준결승에 진출한 이지마 히데오가 나섰으나 후쿠모토의 질주를 막아내지 못했다.
오타니는 올해 타율 0.310, 홈런 54개, 도루 59개, 타점 130개를 기록했다.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그의 ‘50-50’ 홈런볼은 이미 18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일본 경제학자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교수는 오타니의 경제 효과를 870억 엔(약 8016억 원)으로 계산했다.
얼마 전 일본에서 4일 동안 공연 투어를 가진 테일러 스위프트가 가져 온 경제 효과의 두 배가 넘는다. 오타니를 광고 모델로 채택한 구직 사이트 ‘딥코퍼레이션’의 주가는 3월 20일 이후 8.7% 상승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타코야키 체인 ‘긴타코’의 모기업 핫랜드의 주가는 3월 이후 22% 급등했다. ‘긴타코’는 다저스타디움에 문어 튀김 가게를 열었다. 야구선수 한 명이 일으킨 효과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