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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브로드컴, 테슬라 밀어내고 ‘매그니피센트 7’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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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브로드컴, 테슬라 밀어내고 ‘매그니피센트 7’ 진입

혹 탄 브로드컴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혹 탄 브로드컴 CEO. 사진=로이터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지형에 변화가 생겨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즉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7대 빅테크 기업의 명단이 지금까지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테슬라로 채워져 있었으나 올 들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명단에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각)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테슬라를 밀어내고 매그니피센트 7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은 브로드컴이다.

브로드컴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엔비디아에 이은 세계 2위의 인공지능(AI) 칩 생산업체다.

◇ 브로드컴 시총, 지난 봄부터 테슬라 앞서


포춘은 “브로드컴은 인지도가 높은 기업은 아니었지만 사실은 올 들어 테슬라를 밀어내고 매그니피센트 7에 진입한 기업”이라면서 “그동안 과소평가됐던 이 기업이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이어갈지 전세계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춘에 따르면 브로드컴이 테슬라를 매그니피센트 7 명단에서 밀어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봄부터로 현재 브로드컴의 시총은 8030억 달러(약 1083조 원) 수준에 달한다.

반면, 테슬라의 현재 시총은 7990억 달러(약 1078조 원) 규모로 지난 봄 이후 브로드컴에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포춘은 “올 들어 현재까지 테슬라가 원래의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내다볼 때 브로드컴의 주가 전망이 테슬라보다 밝다는 것이 월가 분석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타는 반면에 테슬라는 하락세를 타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4년 간 두 기업의 주가 추이를 분석해보면 테슬라는 4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데 비해 브로드컴은 4년 전보다 무려 290%나 급등했다.

◇ 브로드컴의 고공행진 배경


포춘에 따르면 브로드컴이 매그니피센트 7의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 강화와 재무 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덕으로 분석되고 있다.

브로드컴의 모태는 휴렛팩커드(HP)다. 지난 1999년 HP 반도체 사업부에서 분사한 통신업체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 싱가포르 반도체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스에 지난 2015년 인수되면서 오늘날 싱가포르계 미국 업체인 브로드컴이 됐다. 아바고 역시 지난 2009년 상장한 HP의 사모펀드형 분사기업이었다.

포춘에 따르면 아바고의 사모펀드형 경영 기법이 그대로 브로드컴으로 이어진 결과가 오늘날 브로드컴의 성공을 이끈 동력이라는 지적이다.

브로드컴의 기본적인 사업 모델이 타 사업체 인수, 마진 개선, 부채 상환을 반복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시장조사업체 가운데 하나인 포레스터리서치의 너빈 차브라 애널리스트는 “매출과 수익성 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현금 유동성이 우량한 관련 기업들을 사들여 단기간에 매출과 수익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한편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나가는 방식으로 브로드컴은 성장을 거듭해왔다”고 분석했다.

브로드컴의 사모펀드식 경영 기법 외에 최근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AI 열풍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포춘은 “브로드컴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가 반도체 설계인데 AI 시장이 급속 성장하면서 반도체 설계 수요도 하늘을 찌를 정도로 급증한 결과 브로드컴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AI 칩 판매량만 해도 지난해 기준으로 42억 달러(약 5조7000억 원)에 달한다. 브로드컴의 AI 칩 매출은 올해 121억 달러(약 16조3000억 원), 내년 169억 달러(약 22조8000억 원)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 반도체 업계 최강자 엔비디아의 올해 AI 칩 매출이 263억 달러(약 35조5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으므로 브로드컴의 시장 지배력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