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는 9일(현지시각) 발표한 가을 경제전망에서 2024년 실질성장률을 마이너스 0.2%로 4월 기준 플러스 0.3%에서 하향 조정했다. 독일 경제는 올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개인 소비의 전환이 둔화되고, 설비 투자나 생산도 냉각됐다.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와 중국 시장 확대에 기댄 성장이 한계를 맞으면서 구조적인 경제 부진 양상이 두드러졌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면 2002년~2003년 이후 처음이고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두 번째다. 당시는 2000년대에 걸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시기였다. 구조개혁의 지연으로 통일에 따른 호경기가 일과성으로 끝나고 점차 실업률이 높아졌다.
이번 경기침체의 주요인은 개인 소비 부진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어 임금 인상에 수반한 경기 회복이 기대됐으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구매력을 되찾은 것은 2025년이 되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경제의 견인차인 제조업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 담당자 경기지수(PMI)는 9월 40.6으로 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이나 신규 수주가 모두 침체해, 인원 삭감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설비투자를 자제하는 기업도 많아 2024년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문제는 경기회복이 계속 지연되는 구조불황에 빠질 위험이다.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러시아로부터의 저렴한 가스 조달이 끊겼다.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도 내수가 부진한데다 11월 미 대선에 나선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입 관세 강화를 언급하고 있다. 독일은 양대 수출국가인 미·중 양쪽에서 불씨를 안고 있다.
독일 Ifo경제연구소 등 주요 싱크탱크는 "중국의 고품질 공산품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독일 산업계는 해외 투자를 늘리는 등 산업 공동화에의 염려도 높아지고 있어 독일 자동차 대기업 폭스바겐(VW)은 제조 단가가 높은 독일 국내 공장의 폐쇄를 검토 중이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유로권 20개국의 국내 총생산(GDP)의 대략 30%를 차지하고 있다. 2분기(4월~6월)는 유럽 주요국에서 유일한 마이너스 성장이 되어,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구도가 고착되어 가고 있다.
독일 연방은행(중앙은행)은 3분기(7월~9월)도 마이너스 성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DIW)의 마르셀 플래츠셔 소장은 독일 정부가 제시한 2025년 성장률은 경제조사기관의 전망과 비교해 0.3%포인트 높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2025년 성장률을 1.1%, 2026년에는 1.6%로 1%대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