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면서 중국 증시가 2020년 이후 최대의 폭락장을 기록했다.
10일 닛케이는 9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면서 중국 본토 증시가 폭락을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선전과 상하이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종목 벤치마크 CSI 300 지수는 지난 8일보다 7.05% 하락한 3,955.98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 2월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 수치다.
기술주 중심의 차이넥스트는 9일 하루 동안 10% 이상 하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STAR 50 지수는 2.55% 하락했다. 건강 관련 종목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가운데, 생명공학 기업 이메이크 테크놀로지 디벨롭먼트가 18.4% 하락하며 CSI 300 구성 종목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넥스트 지수의 심양싱치제약도 20%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중국 본토 주식만 3조 위안의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밀접한 연관이 있는 홍콩 주가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8일 중국과 홍콩 시장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9일에는 홍콩 항셍지수가 1.38% 하락한 20,637.24포인트로 마감하면서 함께 하락세를 그렸다. 중국 증권사 CITIC과 알리바바 헬스가 각각 8.2%와 7.08% 하락하며 항셍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투자자들이 조정된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면서 8일 급등했던 항셍스톡커넥트 중국 AH 프리미엄 지수는 2.95% 하락, 중국 본토 지수와 홍콩 항셍 지수가 같은 흐름을 그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최근 흐름이 완전히 역전된 결과다. 중국 증시는 지난 9월 24일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금리 인하와 함께 중앙은행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시장에 투입하면서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일 발표된 중국 정부의 정책이 기대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재점화된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 등 일부 주요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증시의 상승 랠리로 인해 중국 시장에 대한 평가를 상향 조정한 상태. 하지만 장기화된 부동산 위기, 부채 위험, 소비 부진 등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당국의 의지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UBS 글로벌 자산 관리 최고 투자 책임자는 고객 리포트를 통해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책이 나올 때까지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공격적으로 시장 랠리를 쫓기보다는 개별 주식을 선택할 것을 권장한 상태다.
또 UBS 글로벌 법률 및 일반 투자 관리 아시아 투자 전략 책임자 벤자민 베넷은 중국 최고 경제 계획 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방 정부의 특수 목적 채권 발행 속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비관론을 전했다.
그는 “부양책이 부동산 부문에 다시 불을 붙이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면 놀라울 정도가 될 것”이라며 “중국 시장의 당분간 변동성은 높게 유지될 것이고 매일 더 큰 폭의 변동이 있을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관망세를 유지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비판적인 시각 속에서 중국 규제 당국은 경기 부양 관련 기자 회견을 잇달아 개최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투자 참여를 유지하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당장 중국 재무부는 12일 기자 브리핑을 진행한다고 알리며 또 다른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모건 스탠리는 “오는 12일의 중국 측의 기자회견은 지난 8일 언더슈팅 이후 리플레이션 선회가 다시 확고해졌다는 것을 시장에 확인시킬 수 있는 두 번째 기회이지만, 기준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