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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자랑王' 트럼프가 유독 자랑하지 않는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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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자랑王' 트럼프가 유독 자랑하지 않는 한 가지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왼쪽)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왼쪽)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다음 달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백악관 재입성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가장 큰 배경 가운데 하나는 기존 정치인과 여러 측면에서 매우 다른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구설에 많이 휘말린 정치인도 흔치 않다.

가짜 뉴스를 밥 먹듯이 퍼뜨린다는 비판도 매우 많지만, 스스로의 업적을 과장해 떠벌리는 것으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차기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트럼프가 유독 애써 언급을 회피하는 일이 한 가지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중앙은행 수장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얘기다.

◇ 트럼프와 파월의 인연


트럼프와 파월 의장은 당초 매우 우호적인 관계였다.

기본적으로 두 사람 모두 공화당원인데다 트럼프가 7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파월을 간택해서 파월이 연준 의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 대통령직으로 불리는 미 연준 의장직은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뒤 연방 상원이 인준하는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최고위 공직이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이번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는 자신을 돕는 수많은 사람을 언급해 왔지만 유독 한 사람에 대해서만 언급을 회피했는데 그 인물이 바로 제롬 의장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은 (금리를 정하는 문제에 대해) 최소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고, 금리 정책 결정권이 미 행정부와 독립된 연준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 같은 주장을 해 논란도 일으켰지만 막상 파월이란 이름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파월이 미국 중앙은행 수장의 자리에 오른 것은 트럼프가 그를 선택한 결과였지만, 즉 연준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세계 경제의 대통령' 또는 '미국의 실질적 2인자'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 트럼프가 자신이 선택한 파월을 적대시하는 이유


트럼프가 파월 의장에 대한 언급을 사실상 회피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진단을 내놨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조지프 파우디 교수는 “트럼프가 당초에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것은 미국 금융사의 전통을 깨뜨린 선택이었다”면서 “그럼에도 파월을 그 자리에 앉히고 난 뒤 파월이 전임자인 재닛 옐런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행보를 보인 것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초 파월 의장과 전임자인 옐런 전 의장은 모두 연준 내에서 통화 완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를 지지해 경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는 비둘기파로 분류됐었으나 파월은 의장 자리에 오른 이후 트럼프의 기대에 맞지 않게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중점을 두고 고금리 정책을 주도해 경제 성장 문제를 도외시한 것으로 트럼프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중 권력을 잡은 정당이 첫 임기를 치르고 있는 연준 의장에게 두 번째 임기를 맡겨온 그동안의 관례까지 깨 가면서 파월을 임명했는데 자신의 기대와 어긋나는 행보를 보였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줄곧 연준의 잇단 금리 인상 결정을 비난해왔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인 파월의 연임을 보장한 것도 트럼프 입장에서는 불쾌한 대목이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토드 벨트 정치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성격을 보면 놀랍지 않은 일”이라면서 “트럼프 입장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치적을 깎아내려야 자신의 승리 가능성이 커진다고 믿는 것인데 바이든 정부와 보조를 맞춰온 파월에게 호의적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