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5일(이하 현지시각)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또 다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할 경우 이미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더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그가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시행한 감세 정책은 약과로 보일 정도로 막대한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감세 공약을 이번 선거 유세에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동시에 꺼내들고 있는 역대급 관세폭탄 공약들도 엄청난 규모의 정부 예산이 들어가야 실현 가능한 트럼프의 공약들이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국가부채 문제를 이미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단순히 엄포용으로 관세폭탄 공약들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공약 실행에 따른 정부재정 부담을 최대한 줄일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 트럼프 “필요하면 수입관세 2000% 올리겠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공약은 지난 15일 미국 미시간주 시카고에서 진행한 선거유세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그는 시카고 인근의 도시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디트로이트를 의식한 듯 자동차 관련 수입품에 대한 관세문제를 거론하면서 “자동차 업계와 관련한 수입 관세를 100%, 200%, 2000% 올리겠다”면서 “역사상 최고 수준의 관세장벽을 쌓겠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다면 상한선을 두지 않고 관세폭탄을 부과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관세정책과 관련한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을 놓고 엄포라는 해석이 흔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야후파이낸스는 평소 과장해 발언하는 트럼프의 성격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사실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관세폭탄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고강도 관세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20일 전했다.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의 브렌던 듀크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후보의 관세공약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면서 “그것은 바로 그가 쏟아낸 다른 공약들을 시행하는데 관세 인상을 통한 세수 증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선거공약 집행에 따른 세수 부족 줄이려는 의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트럼프표 관세폭탄 정책에 나름의 배경이 있다는 친민주당 싱크탱크의 이같은 분석에 대해 초당파 예산전문 싱크탱크인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이 내놓은 분석 결과도 궤를 같이 한다.
CRFB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번 선거 유세에서 쏟아낸 공약들을 집행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무려 10조 달러(약 1경3678조 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제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5조 달러(약 4경7873조 원)을 돌파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데 트럼프표 공약을 구현하는데 들어가는 정부 예산이 국가 부채의 3분의 1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이어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관세폭탄이 부과되면 확보되는 세수는 2조7000억 달러(약 369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트럼프 입장에서는 국가 부채 증가를 상당 수준 상쇄할 수 있는 카드는 관세정책을 강화하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관세폭탄을 부과하지 않고 자신의 공약을 집행했을 경우와 관세폭탄을 전제로 공약을 실현했을 경우를 비교해 추산하면 전자의 경우 7조5000억 달러(약 1경261조 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되지만 후자의 경우 세부 부족이 1조45000달러(약 1983조 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