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 인민은행은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LPR 1년물 금리를 기존의 3.35%에서 3.1%로, 5년물 금리를 기존의 3.85%에서 3.6%로 각각 25bp(1bp=0.01%)씩 내린다고 밝혔다.
LPR은 중국에서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여겨지고 있다. 이 중 1년물 LPR은 신용대출과 기업대출 등 금리 산정 시 지표가 되며, 5년물 LPR은 주택담보대출 등 장기금리 산정 시 기준이 된다.
이번 10월 중국 LPR 인하는 이미 예고돼 왔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를 50bp 인하하면서 중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그동안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와 대출기관의 수익성 악화 우려로 추가 금리 인하를 주저해 왔지만, 연준이 ‘빅컷’에 나서면서 그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이달 LPR이 0.2~0.25%p 낮아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LPR 인하에 앞서 이미 지난달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도 일제히 내렸다. 이로 인해 중국 국유 은행들도 LPR 인하에 따른 마진 감소를 위해 지난주 예금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또 인민은행은 지난달 올 들어 두 번째 은행권 지급준비율 인하도 결정했다. 인하폭은 0.5%p로, 시중에 1조 위안의 유동성이 풀렸다.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돈이 줄어들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여기에 더해 인민은행은 연말까지 추가 지준율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국의 이런 일련의 부양책들은 올해 5%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3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6%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1분기 5.3%를 나타내며 5%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2분기 4.7%로 떨어진 데 이어 또다시 5%를 밑돈 것.
또 9월 제조업 활동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비제조업 활동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2022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수출마저 지난달 글로벌 수요 역풍과 무역 장벽으로 인해 크게 위축됐다. 지난주 인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중국 은행의 위안화 표시 신규 대출은 1조5900억 위안(약 2240억 달러)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그만큼 내수 경제가 경색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9월 소비·생산·투자 등 실물경제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경기 부양 조치가 천천히 효과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 부양책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그러나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중국 경제학자 지춘 황은 “통화 완화 정책만으로는 신용 성장에 큰 전환을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며 “경제 성장의 의미 있는 전환을 위해서는 더 큰 재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중국판 추경'에 쏠린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정부가 부채를 늘릴 수 있는 꽤 큰 여지를 갖고 있다”며 국채 발행을 늘릴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발행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정부가 향후 3년간 6조 위안의 특별 국채 발행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중국이 단순히 경기 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에 재원을 모두 쏟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부양책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닛케이와 닛케이 퀵 뉴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들은 2024년 중국의 GDP가 7월에 집계된 4.9%보다 낮은 4.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런 의구심을 지우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내다봤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