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이란에 다가가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불똥이 자국에 튀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이란과 관계 정상화에 올인
22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침공으로 가자전쟁을 시작한 뒤 갈등이 레바논 헤즈볼라, 이란, 예멘 후티반군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미국이 손을 쓰지 못하자 아랍의 미국 맹방들이 돌아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수개월에 걸쳐 이란과 관계 개선에 힘쓰고 있다.
무엇보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이란이 헤즈볼라 지도자 폭사 사건과 관련해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200발을 발사하자 이스라엘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란 보복을 다짐했다.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치면 이란이 이스라엘 대신 세계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친 이스라엘 아랍 국가들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빈손 블링컨
앤터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2일 또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전쟁이 시작된 이후 벌써 11번째 이스라엘 방문이다.
하마스의 기습침공을 계획하고 주도한 야흐야 신와르 하마스 지도자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휴전 협상을 이끌기 위해 방문했다.
그러나 미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의 휴전 협상 촉구는 어떤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블링컨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2시간 반에 걸쳐 얘기를 나눴지만 휴전 촉구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휴전 촉구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와 레바논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블링컨은 아울러 이스라엘이 이란 보복 공격 계획을 꾸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해 어떤 입김도 내지 못했다.
그 여파로 이날 국제 유가는 이틀 연속 2%가 넘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각자도생
미국이 이스라엘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자 아랍 친미 국가들은 이란과 각자 관계 개선에 올인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례적으로 리야드에서 최근 이란 외교장관 압바스 아라그치와 만나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수니파 수장인 사우디는 시아파 수장인 이란과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바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심지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가리켜 “중동의 새로운 히틀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관계 개선을 시작한 뒤 그의 태도는 확 바뀌었다.
리야드 회동은 이달 들어서만 이란과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 회동으로 세 번째다.
사우디만 애가 탄 것이 아니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도 암만에서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을 만났고,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카이로에서 이란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카타르 총리는 도하에서, 오만 외교장관은 무스캇에서, 또 바레인 국왕은 마나마에서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 대화했다.
쿠웨이트 역시 왕세자를 내세워 아라그치를 설득했다.
이스라엘에 영공 안 내줘
이란도 아랍 친미 국가들과 관계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보복 공격할 때 이들 나라의 영공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라그치는 쿠웨이트 시티에서 왕세자 사바 알 사바를 만난 뒤 “(아랍의) 모든 친구들이 그들의 땅과 하늘이 이란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보장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란의 보복을 우려해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공격에 거리를 두기로 함에 따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옵션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대신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서 이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랍 국가들이 ‘중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외교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최소한의 보복 공격으로 체면치레를 하고 양국이 갈등을 서둘러 봉합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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