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 전직 관리들도 트럼프의 상금 이벤트는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관계 당국에 조사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머스크의 트럼프 지원 사격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 머스크의 ‘트럼프 투표 독려용’ 상금, 이미 투표한 사람들에게 나가
머스크가 트럼프의 선거운동 지원을 위해 주도해 만든 정치후원단체 아메리카 팩이 펜실베이니아주, 조지아주, 네바다주, 애리조나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주요 경합지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원) 상금 이벤트를 통해 현재까지 100만 달러의 거금을 머스크로부터 직접 받은 유권자는 총 3명.
이 이벤트는 아메리카 팩이 벌이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무기 소지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지지 서명운동에 서명한 유권자 가운데 매일 한 명을 선정해 100만 달러를 주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등록 유권자만 서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아 트럼프 지지자들이 다음 달 5일 열리는 대선 투표장에 가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22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의 유력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아메리카 팩이 이 서명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을 등록 유권자로 국한한 것은 사실상 매표 행위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메리카 팩이 펜실베이니아주 선거당국에 보고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금까지 이 서명운동에 참여해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은 사람은 모두 이미 부재자 투표를 통해 사전에 투표를 마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유권자들이 대선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 방식이 다르지만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우편투표를 통해 미리 투표하는 것이 가능한 제도를 시행 중인데 상금을 챙긴 이들 모두 등록 유권자 자격으로 이미 투표를 마쳤다는 얘기다.
첫 번째로 100만 달러를 받은 유권자 존 드레어는 일찍이 지난 4일 부재자 투표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고, 두 번째로 받은 크리스틴 피셸의 우편투표 용지의 경우 지난 16일 펜실베이니아주 선거당국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세 번째 수상자인 섀넌 토메이는 지난 7일 우편투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사전에 투표한 사실을 알고도 상금을 지급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미 투표한 등록 유권자에게 상금을 준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닐 수 있어도 세계 최고 부호인 머스크가 자신의 넘쳐나는 돈을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마구잡이로 살포한 것이란 점에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 시절 고위관리들, 美 법무부에 조사 촉구
머스크의 상금 이벤트는 전직 공화당 의원들과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정부 고위 관리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의 수석참모를 지낸 올리비아 트로이를 비롯한 전직 공화당 정치인과 트럼프 정부 시절 고위 관리 11명은 지난 21일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 같은 매표 행위는 미국 현대 정치사에서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면서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유도할 목적으로 상금을 뿌리는 것은 선거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할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이런 편법적인 술책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면서 머스크의 상금 이벤트를 비난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