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북미 현지 공장 조기 가동으로 승부수를 둔다. 다른 배터리 업계와 비교해 적었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확대로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 여기에 최근 주력 시장인 유럽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함께 미 인디애나주에 짓고 있는 합작 1공장이 연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 내년 상반기 가동이었지만, 일정이 앞당겨졌다. 이번 현지 공장 가동은 큰 의미가 있다. 삼성SDI가 미 완성차 업체와 합작 공장을 짓고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시장 영향력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SDI는 IRA 보조금으로 총 546억원 받았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6367억원, SK온은 1503억원으로 차이가 상당했다. 하지만 이번 조기 가동으로 업계와 증권사들은 최소 약 300~400억원 규모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분기(79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작 공장 조기 가동으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확대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력 시장인 유럽 전기차 시장이 최근 회복세로 접어든 것도 호재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9월 유럽연합(EU) 전기차 판매는 전년보다 9.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8%에서 17.3%로 확대됐다. 현재 EU 전기차 시장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신임 EU 집행부에 친(親) 전기차 인사가 내정됐고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향후 우리나라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 판매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유럽을 주력 시장으로 두고 있는 삼성SDI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다른 배터리 업체보다 유럽향 매출 비중이 높다. 삼성SDI의 지난해 유럽 매출은 전년보다 27.2% 늘어난 10조7605억원이었다. 유럽 매출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올해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주춤하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주요 유럽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유럽향 현대차에도 배터리를 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