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게임'이라는 것이 제법 비싼 취미였다. 부모님이 선뜻 사주지 않았던 게임 콘솔은 당시로도 수십만원의 비용이 들었고 '개임팩' 가격도 몇 만원에 달했다. 얼추 30여 년 전에도 그랬으니 게임 전문지를 통독하며 신중하게 구매하고 싶은 게임을 택1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구매한 게임은 정말 즐거움 그 자체였다. 조이패드를 쥐고 브라운관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게임을 하거나 혹은 다른 남매, 다른 친구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서로 조언 아닌 조언을 하며 소소한 다툼도 왕왕 있었지만 어쨌거나 지금 생각해 보면 놀거리가 많지 않았던 과거의 게임은 게임 팩 하나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동네의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네오위즈 산하 스튜디오인 겜프스엔이 개발한 서브컬처 RPG '브라운더스트2'는 그런 당시의 게임을 즐기던 기억을 소환해준 몇 안 되는 게임이다. 모바일 앱 마켓에서 게임을 다운로드해 즐길 수 있지만 게임에 접속하면 낯익은 게임 콘솔 그래픽이 모습을 나타내고 그 콘솔에 꽂을 수 있는 수많은 게임 팩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브라운더스트2는 하나의 게임이지만 반대로 다양한 게임을 모아놓은 '오락실' 같은 느낌도 준다.
◇ 유저 입맛 맞춘 ‘컷씬’으로 승부수…예술 작품 보듯
브라운더스트2를 플레이하다 보면 먼저 선정적이고 노출도가 상당한 캐릭터들에 놀라게 된다. 속된 말로, '야하다'. 풍만한 체형의 여러 미소녀들이 화면에서 게이머를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넘어지면서 속옷을 슬쩍 보여주며 베시시 웃기도 한다. 불혹이 가까운 기자지만 아니메 오타쿠인 기자도 그런 장면(컷씬)이 나올 때면 '두근두근 메모리얼'을 몰래 플레이하던 당시가 떠오르기도 한다.
다소 섹시한 콘셉트의 서브컬쳐 게임의 대표주자는 '승리의 여신: 니케'지만 브라운더스트2까지 플레이한다면 필시 생각이 바뀔 것이다. 미소녀와의 환상적인 모험을 원한다면 브라운더스트2가 정답이다.
사실 니케의 경우 애초에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으로 출시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막상 출시될 때는 15세 이용가로 하향 조정됐다.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어느 정도 캐릭터 디자인을 타협한 듯해 아쉬움이 상당했다.
반면 브라운더스트2는 그러한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애초에 15세 이용가 게임이었지만 이후 청소년 이용불가로 바뀌었다. 단순히 섹시하거나 요염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리만치 수준 높은 캐릭터 일러스트와 컷씬, 스토리 등등 전체적인 수준히 상당해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들 정도다.
이에 대해 이준희 겜프스엔 대표는 브라운더스트2의 비주얼 콘셉트는 일러스트와 인게임 그래픽으로 나눠서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브라운더스트2 개발팀의 강점이 단연 높은 수준의 일러스트 제작 능력이라고 밝혔다. "2D 게임의 컷씬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로, 컷씬 제작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JRPG 향수에 현대적 고화질의 조화
컷씬은 스킬 사용 전에 나오는 일러스트 영상으로, 일반적으로는 스킬 컷씬이 공격 모션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겜프스엔은 캐릭터의 매력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전투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장면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겜프스엔 내부에서는 '스킬 컷씬'보다는 '서비스 컷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대표는 "개발팀에는 캐릭터의 섹시함을 표현하는 데 열정적인 분들이 많고 유저분들께서도 에로틱한 컷씬을 좋아해 주셔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비주얼 콘셉트로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저의 눈높이에 타협하지 않고 게임 흥행이 큰 영향을 끼치는 등급을 높이면서까지 미소녀 게임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준 것이다.
브라운더스트2 인게임 그래픽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JRPG(일본식 RPG)에서 볼 수 있었던 3등신 스타일을 모티브로, 현세대 기기에 맞춰 표현했다. 화사한 색감과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고해상도 배경 작화로 인해 처음에 일러스트를 보고 게임을 설치하더라도 인게임 그래픽의 매력을 느끼며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상당하다고. 확실히 그래픽이 주는 만족감이 상당해 기자 또한 브라운더스트2의 경우에는 스마트폰보다는 태블릿으로 즐기는 편이다. 모쪼록 새롭게 브라운더스트2를 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필이 대화면으로 즐겨 볼 것을 권한다.
◇ "유저 만족을 최우선으로..." 선정성보다 중요한 ‘퀄리티’ 높이기
게임의 선정적인 수위에 대한 얘기를 다시 꺼내본다. 네티즌들을 종종 우리나라를 '유교탈레반'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뜻은 '유교+탈레반', 즉 유교 극단주의를 얘기하는데 게임에서는 타 국가에서 허용되는 선정성이나 폭력성에 대해 우리나라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게임산업법 32조 2항 3호에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물의 제작이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그 수위의 법적 모호함 때문에 많은 게임이 국내에서는 서비스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게임의 표현 수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도 브라운더스트2를 즐기는 유저분들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요즘 서브컬쳐 게임들의 일러스트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단순히 선정성만으로는 유저분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유저분들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콘셉트를 고려하면서도, 단순히 선정적인 요소에 의존하지 않고 최고의 퀄리티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저희는 타협하지 않으며, 저희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옛 게임 콘솔의 느낌을 재현…게임 앱 열면 게임 팩이 한가득
캐릭터의 매력에 이어 브라운더스트2의 특징은 전술한 게임 팩 구조에 있다. 브라운더스트2는 메인 스토리팩과 다양한 세계관을 담은 캐릭터팩으로 나뉜다. 게임 팩 형태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세계관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 특성 중 하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캐릭터가 많아지면서 하나 하나의 스토리를 모두 챙기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라며 "브라운더스트2는 캐릭터의 수를 너무 많이 늘리지 않고 한 캐릭터에 여러 코스튬과 세계관을 도입해 캐릭터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다만, 어떤 캐릭터가 진짜인지 헷갈린다는 피드백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안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운더스트2는 평행세계 스토리가 메인 스토리 외에도 존재하기에 캐릭터 스토리도 다양하다. 가령 메인 스토리 시작점인 루고마을에서 주인공인 유스티아는 언데드화가 진행 중인 빛 속성 검사지만 스페셜팩 '서머 나이트' 속 풀 파티 코스튬을 획득하면 수영복을 입은 현재 시대의 여성이 되고 코스튬에 따라 사용 가능한 스킬도 전부 달라진다. 이처럼 다양한 평행세계 속 사이드 이벤트, 코스튬을 통해 수많은 새로운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구조다. 평행세계라는 전지전능한 치트키로 세계관 혼란은 없애고 각각 다른 게임처럼 느껴지는 게임 팩을 통해 여러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이 대표는 "캐릭터팩은 주로 가벼운 옴니버스식 스토리 위주로 구성돼 가볍게 즐겨주시는 편이고, 유저들은 스토리팩의 후반부인 13, 14팩을 많이 좋아해줬다"고 귀띔했다.
◇ "무과금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유저와의 소통으로 개발팀 열정도 '활활'
브라운더스트2는 게임 내내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새로운 스토리팩, 캐릭터팩 개발과 다양한 컷씬 연출까지... 정말 '노가다' 공정으로 가득해 보인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유저들 다수가 '혜자(가성비) 게임'이라고 부를 정도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해 반주년 이후부터 컬래버레이션과 1주년, 여름 이벤트 등을 통해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며 전년 동기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대부분의 수익을 재투자해 유저 경험 개선과 콘텐츠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저분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해 무과금 유저분들도 시간만 투자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해 유저분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덕분에 유저분들과의 관계가 보다 친밀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느끼며, 유저분들께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개발팀도 더욱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저들과의 소통을 우선시하자 자연스럽게 매출도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듯하다.
◇ 개발팀의 노력, 해외에서도 인정받다
브라운더스트2의 이 같은 노력은 비단 우리나라 유저들에게만 통용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출시된 이 게임은 해외에서도 열혈 팬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특히 일본과 대만,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북미 유저들도 브라운더스트2를 많이 플레이한다고 한다. 겜프스엔은 최근 대만에서 사인회를 진행했는데, 대만 유저분들의 애정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브라운더스트2에 앞서 출시된, 시퀄 격인 브라운더스트1의 인기도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겜프스엔은 이토록 공 들인 브라운더스트 시리즈를 지속하면서 웹툰이나 굿즈들도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 또 게임과 잘 어울릴 만한 다른 IP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무직전생'은 중세 판타지풍 세계관과 브라운더스트2의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섬란 카구라'는 매릭적인 캐릭터의 에로틱한 연출이라는 공통점이 잘 맞는다고 판단해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게임의 인기가 더 많아진다면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제작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하이 퀄리티 미소녀 게임의 계보가 이어져 3편, 4편 이후로도 죽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한편 브라운더스트2는 국내 서비스 500일을 맞았다. 10월 31일에는 신규 캐릭터팩 '계약 전쟁(Contract Wars)'과 함께 좀비 사태를 배경으로 한 시즌 이벤트 '카르타 워 Z(Carta War Z)'가 공개되며 유저들의 기대를 모았다.
네오위즈는 앞으로도 브라운더스트2 이용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팩, 캐릭터, 시즌 이벤트 스토리, 미니게임 등 양질의 콘텐츠 업데이트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12월 7일과 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AGF 2024(Anime × Game Festival 2024)'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