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도록 반도체 공급망 체계에서 중국 기업을 완전히 배제할 목적으로 부품 제공 업체에 중국산이 포함되지 않도록 대체 회사를 찾도록 했다. 미 반도체 장비업체는 중국산 부품이나 원자재가 포함돼 있으면 납품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WSJ가 전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강경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어 두 후보가 민감한 분야로 여기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장악력을 확대하려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WSJ가 짚었다.
미국 반도체 업계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기업도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규제를 확대할 것을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 정부가 현재 시행하는 중국에 대한 독자 수출 통제를 동맹국 기업이 포함된 다자 체제로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처를 발표했다. 미국은 이어 반도체 핵심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동참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현재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램 리서치,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이다. ASML은 최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한 회사다.
올해 상반기 중국이 구매한 반도체 제조 장비가 총 250억 달러(약 34조4200억원)로 한국·미국·대만의 구매 총액보다 많다고 일본 닛케이아시아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추가 규제에 대응하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말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마이크로전자기술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최종 규칙은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된다.
중국은 이에 맞서 지난 5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3440억 위안(약 66조4000억원)에 이르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일명 대기금) 3차 펀드를 추가로 조성했다. 이 기금은 고사양 반도체 기술 자립과 AI 반도체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