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로 끝나면서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본격적인 경제 행보를 시작했다. 업계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과거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를 볼 때 향후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64억 달러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결정됐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로 4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확정 지은 바 있다.
이를 겨냥해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해 반도체 기업을 공짜로 지을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반도체 지원법을 비난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지원법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2026년 완공 예정으로 공사 진행률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수도 힘든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을 앞세워 대미 수출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구조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대미 수출은 104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했다. 역대 10월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만큼 적자를 보고 있는 한국과의 무역거래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반도체 패권을 놓고 벌이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중국과의 교역을 비롯해 관계를 단절하는 ‘디커플링’ 전략을 주장해왔다. 전략의 핵심은 60%에 달하는 고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이 실현될 경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국 경기의 하강 국면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대중 관세 60%가 시행되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2.5%포인트 깎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기의 하락은 국내 수출의 감소를 의미한다. 10월 대중국 수출은 122억 달러로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국내 메모리 반도체 수출 비중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수출액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정책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